봄 나들이 '야생 진드기' 주의보…감염땐 치사율 최고 30%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2일 제주에서 올해 첫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야외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봄과 여름철 대표 진드기 감염병인 SFTS는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주로 발병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1명으로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가을에 주로 유행하는 쓰쓰가무시병도 진드기 감염병이다. 쥐 등 설치류에 붙어사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된다. 진드기가 옮기는 질환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치사율 최대 30%인 SFTS

SFTS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감염된다. 2011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환자 감염이 확인된 신종질환이다. 분야바이러스(bunyavirus)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전염된다. 이 진드기가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환자가 생기고 7~9월에 환자가 집중된다. SFTS 환자는 전국에 걸쳐 발생한다. 기온이 따뜻한 제주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도심 근교에서 감염되는 환자도 많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국내에서는 2013년 5월 첫 환자가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17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54명이 사망했다. 중국에선 이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2011년과 이듬해에 총 2047명이 감염됐고 129명이 사망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2013년 1월 첫 환자가 나왔다. 이후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에서 주로 환자가 보고된다.

SFTS를 옮기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산 들판 잔디 풀숲 등에 주로 산다. 바이러스를 가진 진드기가 사람을 물면 몸속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해 감염된다. 감염자 혈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가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원인도 모른 채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감기와 비슷하게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 근육통 림프샘이 붓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면서 혈소판과 백혈구가 줄어 몸속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다발성 장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사망하기도 한다. 치사율은 6~30% 정도다.
봄 나들이 '야생 진드기' 주의보…감염땐 치사율 최고 30%
혈장교환술 등으로 치료

SFTS는 치사율이 비교적 높고 마땅한 치료약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살인진드기 병’으로도 불렸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의사들은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FTS 치사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감염된다고 해서 무조건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며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지만 감염으로 혈소판이 떨어질 경우 혈소판 투여와 함께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집중치료를 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FTS 환자에게는 혈장을 제거하고 보충액을 주입하는 혈장교환술,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혈청을 환자 체내에 넣는 회복기 혈청 주입술 등의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제 중에는 리바비린이라는 약제가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정맥으로 투여할 수 있는 리바비린 약제가 없어 사용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SFTS 예방을 위해서는 가족 나들이나 등산을 할 때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잔디나 풀에 살이 닿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외출을 마치고 귀가한 뒤에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한다.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는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최장 10일까지 붙어 피를 빤다. 붙은 진드기를 손으로 무리하게 당기면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어 핀셋 등으로 깔끔히 제거하고 해당 부위를 소독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일본 풍토병 쓰쓰가무시병

쓰쓰가무시병은 1년 내내 환자가 발생한다. 가을에 환자가 가장 많다.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생긴다. 원래 일본 일부 지방에서만 생기는 풍토병이었지만 점점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매년 4000~5000명 이상 환자가 생기던 쓰쓰가무시병은 2012년 8604명, 2013년 1만365명으로 환자가 급증했다. 국내에서는 전남·북 충남·북 경남·북 서남부 지역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환자가 많이 생겼다.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을 옮기는 털진드기 유충은 집쥐 들쥐 야생설치류 등에 기생한다. 털진드기는 성장할 때 유충에서 번데기로 변이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때 척추동물의 조직액을 필요로 한다. 사람의 팔, 다리, 머리, 목 등 노출 부위나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등은 유충의 주요 영양 공급처가 된다. 유충이 사람을 물어 체내 세포 사이에 있는 조직액을 빨아먹을 때 균이 인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

쓰쓰가무시병의 잠복기는 10~12일이다. 두통이 심해지다 온몸에 오한이 생기며 열이 나고 근육통이 심해진다. 진드기에 물린 부위는 5~20㎜의 딱지가 생긴 뒤 붉고 딱딱해진 병변이 수포로 바뀌었다가 터져 착색된다. 감염된 3~5일 뒤에는 몸통의 발진이 팔과 다리까지 퍼진다. 쓰쓰가무시병을 방치하면 간수치가 올라가고 백혈구 숫자와 혈소판 숫자가 내려가는 등 혈액 검사 이상 소견이 나타난다. 뇌수막염 폐렴 신부전 등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털진드기 유충은 들쥐가 주로 다니는 야산 논밭 풀잎 잔디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공격한다. 봄철 야외 나들이는 물론 벌초 텃밭가꾸기 등산 등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 투여하면 증상 호전

쓰쓰가무시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SFTS와 마찬가지로 털 진드기 유충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김 교수는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테트라사이클린, 독트라사이클린 등의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며 “증상이 심하면 입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끼리 감염되지는 않아 격리할 필요는 없다”며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력이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