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고추냉이 등 항균 식품으로 채소를 씻으면 식중독균 등 유해 세균을 최대 93%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진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관리팀 주무관 등이 마늘 생강 녹차 계피 고추냉이 등이 든 물과 그렇지 않은 물로 농산물을 세척해 비교한 결과다.

연구팀은 씻어서 먹는 생채소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익혀 먹지 않는 채소는 재배 수확 운송 처리 포장 등의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될 수 있고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를 위해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에 심하게 오염(1g당 20만마리)된 생채소를 물로 씻었다. 그 결과 세균 수가 2만6000마리로 약 90% 줄었다. 마늘을 으깨 넣은 물로 씻었더니 세균 수가 1만8000마리로 더 줄었다.

연구팀은 “생채소를 물로 씻는 것은 세균 숫자를 적어 보이게 하는 것일 뿐 세균을 죽이지는 못한다”며 “물 세척을 할 때 항균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마늘 계피 고추냉이 녹차 생강을 첨가하면 단순 물 세척보다 항균 효과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마늘 속 알리신은 대표적 항균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계피의 시나믹 알데히드, 고추냉이의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 녹차의 카테킨, 생강의 진저롤 등도 항균 효과를 보인다. 식품군별로 분석했더니 마늘 고추냉이를 넣은 물로 씻을 때 세균이 많이 죽었고 녹차 생강 계피를 넣은 물에서는 세균이 상대적으로 적게 죽었다.

마늘 한 알은 4g 정도다. 1g당 평균 126㎎의 알리신이 들어 있다. 마늘을 이용해 생채소를 씻고 싶다면 500mL의 물에 마늘 한 알 정도를 으깨 넣은 뒤 채소를 잠시 담가 세척하면 된다.

이번 연구에는 증류수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수돗물에 항균 식품을 첨가해 채소 곡물 과일 등을 씻으면 식중독균 제거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돗물에 염소가 들어 있어 잔류 염소에 의한 살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