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약이 되는 음식  키위-변비 예방, 인삼-바이러스 치료, 카레-암 억제
밥이 보약인 시대다.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바뀌고 있다. 평소 먹던 식품의 임상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증가 추세다. 의사와 식품영양학자 등을 대상으로 특정 식품에 대한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국제심포지엄을 여는 일도 많다. 뉴질랜드에서는 올해 처음 키위의 효능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인삼 국제 심포지엄은 세계 의학자들에게 인삼의 새로운 효능을 보고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카레의 효능을 알리는 심포지엄도 5회째 진행되고 있다. 키위 인삼 카레 등 약이 되는 음식과 과학적 근거 등에 대해 알아봤다.

○키위, 혈당 관리에 도움

뉴질랜드에는 세가지 키위가 있다. 과일 키위, 뉴질랜드 국조인 키위새, 그리고 뉴질랜드인을 지칭하는 키위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스스로를 키위라 부를 정도로 키위를 좋아한다. 키위의 효능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연구 성과를 모아 지난 12~14일 뉴질랜드 키위의 고향인 타우랑가에서 ‘제1회 키위 효능연구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온 200여명의 의학자와 식품학자 앞에서 연구진들은 ‘키위를 먹는 것이 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했다. 리처드 기어리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는 키위가 변비 치료생약인 ‘실리움’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변비 등 소화기 질환을 가진 환자 5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연구다. 환자 절반은 4주 동안 매일 두 개의 그린키위를 먹었고 다른 환자는 실리움을 복용했다. 환자 모두 변비 증상이 비슷하게 나아졌다.

키위 속 식이섬유는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한다. 폴 블래치포드 뉴질랜드 플랜트앤드푸드 연구소 박사는 “그린키위와 골드키위가 장속에서 발효되면서 장내벽을 강화한다”며 “항생물질을 생성하는 좋은 균인 박테로이드, 파라박테로이드, 비피도박테리아 등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키위가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존 먼로 플랜트앤드푸드 연구소 박사는 “곡류 섭취를 5분의 1 정도 줄이고 식사 30분 전 키위를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키위에 든 탄수화물은 일반 전분보다 훨씬 낮은 포도당을 함유한다”며 “키위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와 과당은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인삼,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

뉴질랜드에 키위가 있다면 한국에는 인삼이 있다. 1975년에 설립된 고려인삼학회는 4년마다 국제 인삼심포지엄을 열어 인삼의 효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의학, 약학, 수의학, 식품과학, 화학, 농학, 한의학 등 1000여명의 전문가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고려인삼학회에서 발간하는 인삼전문학술지는 인용지수가 3.6 정도다. 세계 대체의학 저널 중 상위 10% 안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올 3월 제주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홍삼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등 각종 바이러스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헤르페스는 입술 주변이나 구강점막 혀 잇몸 등에 포진이 나타나는 바이러스 피부질환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뇌염이나 뇌수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쉽게 전염된다는 특징이 있다.

김범석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팀은 홍삼을 먹인 쥐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염증이 적게 생기고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홍삼을 먹은 쥐는 면역체계 활성화 물질인 인터페론-감마가 증가하고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2012년 9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 인삼심포지엄에서는 ‘고려인삼을 먹어도 열이 오르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농촌진흥청이 중국, 캐나다 등의 유명 과학자와 함께 국제 공동 임상연구를 한 결과다.

○카레, 유방암 억제에 도움

카레의 효능을 알리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식품과학회는 2008년부터 카레 및 향신료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27일 열리는 제5회 심포지엄에서는 ‘세계의 카레, 건강한 인류’를 주제로 카레 원료인 강황의 생리활성효과와 활용에 대한 연구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2014년 4회 심포지엄에서 전용순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는 카레의 주성분인 커큐민을 유방암에 걸린 실험쥐의 유관에 주입했더니 종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권영주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2012~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카레를 적당량 먹는 사람(월 2.8회)의 혈관 건강 상태가 적게 먹는 사람(월 0.33회)보다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카레를 적당히 즐기는 사람은 혈당·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낮았다. 카레 섭취 횟수가 늘수록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카레(커큐민)를 꾸준히 섭취하면 잘 조절되지 않는 혈당과 혈중 중성지방 농도 개선에 이롭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