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청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전기차를 충전 하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가 잘 구축된 영광엔 충전소 62곳이 있다. 영광군청 제공
영광군청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전기차를 충전 하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가 잘 구축된 영광엔 충전소 62곳이 있다. 영광군청 제공
지난 22일 전남 영광군 대마면 대마일반산업단지 내 전기차용 급속충전기 제조업체인 시그넷시스템 영광공장. 전기차로 49번길에 있는 3100㎡ 규모의 공장에는 핵심부품 생산과 조립 그리고 시험 과정 등 라인별로 작업자들이 몰려 연신 손길을 놀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세계 시장 10%에 내수 시장은 9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시그넷시스템은 2014년 영광 대마산단에 둥지를 틀었다. 공장 가동 이후 매출은 매년 수직 상승하면서 지난해 350억원을 기록했다. 박명서 생산총괄전무는 “전기차를 구입하면 환경관리공단에서 무상 지급하는 충전기 두 개 중 하나는 우리 제품”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단계로 앞으로 국내외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굴비의 고장’ 영광이 국내 ‘전기차 메카’로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견인차 역할은 영광대마산단이 맡고 있다. 대마산단은 2013년 11월 대마면 송죽리와 남산리 일원 165만2000㎡ 규모의 전기차전용공단으로 완공됐다. 민자 1677억원, 국·도·군비 623억원 등 총사업비 2300억원이 투자된 영광군의 사상 최대 개발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산단은 한때 들불처럼 일었던 전기차 열풍이 식는 바람에 고전한 적도 있었다. 전기차에 대한 법·제도 미비, 관련 인프라 미흡, 경기침체 등이 원인이었다. 코멤텍(수소전기판막), 광진기연(자동차 에어필터) 등 모두 15개 업체가 가동 중인 산단의 분양률은 48%. 하지만 최근 국제 완성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차 분야로 눈을 돌리는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광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주)가인, 대양종합전력 등 올 들어서만 4개 업체가 산단 입주계약을 체결하는 등 영광을 찾는 전기차업계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다음달 초에는 국내 전기차산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한국법인 대표가 현지를 둘러보고 공장 입지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업체인 톈디즈중, 신넝위안, 터중차량유한공사와도 5월 초 중국 현지에서 분양 관련 협의를 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기차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톈디즈중은 지난해 말 천진예 회장 일행이 영광을 방문해 산단 입주를 논의했다. 또 5월 중순에는 국내 메이저 완성차업체 관계자들이 영광을 찾아 전기차 관련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인구가 5만여명에 불과한 영광군이 전기차분야에 눈을 돌린 때는 7~8년 전이다. 산업 불모지였던 영광군은 백지 위에 그릴 신산업을 찾다 성장 전망이 밝은 ‘전기차’를 선택해 집중 투자에 나섰다. 전용 산단 조성과 함께 관련 인프라 조성에도 나서 지금까지 모두 62곳에 충전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지역 내 운행 자동차 1만7000대 중 전기차는 200대로 전국 지자체 중 전기차 보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와 관심으로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정부의 자동차산업 선도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영광군은 2018년까지 전기차업체 100개를 유치해 연간 1조5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낸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영광=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