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대학 총장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충남 아산의 한 대학교 총장 A(72)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 총장과 함께 기소된 대학교수 2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 총장은 등은 2010∼2012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 사업 지원 대학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받은 수십억원의 지원금 가운데 2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4년 구속기소됐다.

빼돌려진 자금은 대학이 지난 2007년 2월 교육부 감사결과 벤처자금과 연구비로 지출된 50억원 가운데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받은 회수명령을 이행하는 데 대부분 사용됐다.

1심 재판부는 "법률에서 학교 교비 회계와 산학협력단 회계를 엄격하게 분리했음에도 이 사건에서는 교비회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산학협력단 자금을 동원해 막았다"며 "대학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됐고 움직인 자금도 적지 않은 데다 피고인이 수사 과정이나 공판 과정에서 보여준 언동 등에 비춰보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다만 "교육부로부터 추가 제재를 피하고 대학의 이익을 위해 저질러진 범행이라는 점과 피고인들이 범행을 통해 얻은 직접적인 이득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용 용도가 법령상 제한된 산학협력단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교육부 시정명령을 산단 자금 유용이라는 또 다른 불법으로 이행해 대학에 대한 감독기관인 국가기관까지 속여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학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교수, 직원, 학생은 물론 산학연협력 계약관계에 있는 기업도 명의대여, 허위 계약서 작성,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실거래에 부합하지 않는 금전의 이동 등 불법행위에 가담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학협력단을 위해 23억3천450만원을 공탁해 그 피해를 회복한 점 등은 A 총장에 대해 유리한 정상으로서 참작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학 관계자는 "학교 운영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어겼다는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나 일부 교수들의 비위가 마치 대학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했다고 본 판결에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판결로 학생들의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이고, 학사업무나 학생복지, 장학사업 등 모든 업무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so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