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잠정 조사결과 발표…답안지 판독 등 전산화 검토
"비위 의혹 해소 안 되면 수사 의뢰"

소방관 시험 합격자 발표 오류는 국민안전처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학교는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 1차 합격자 발표 오류 경위를 조사한 결과 담당 직원의 프로그램 작업 실수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안전처 조사 결과를 보면 중앙소방학교 인재채용 담당 소방장 A씨가 답안지 판독기에서 산출된 점수가 담긴 엑셀파일로 작업을 하다 실수를 저질러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뀌는 사고가 났다.

중앙소방학교는 응시자 2천625명의 답안지를 재인식시켜 나온 점수로 합격자를 23일 수정 공고했다.

당초 21일 발표된 서울지역 1차시험 남자 합격자 18명 중 2명과 여자 합격자 6명 중 2명이 불합격 처리됐다.

불합격자 중 점수가 합격선 이상인 남자 4명과 여자 2명이 새로 합격자에 포함됐다.

남자 응시생 중에는 동점자가 있어 합격자가 2명 늘었다.

합격자 명단 오류는 불합격자 3명이 이의를 제기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중앙소방학교는 채점실과 답안지 보관금고를 비추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별다른 흔적이 없어 외부인 침입 가능성은 배제했다.

또 채점실 전산망은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돼 있어 해킹 가능성도 없다고 중앙소방학교는 설명했다.

안전처는 그러나 작업 실수를 저지른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합격자 명단을 바꿨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감찰을 벌이고 있다.

윤순중 중앙소방학교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의도적인 조작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감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자체 감찰에서 비위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류 원인이 단순 실수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시험 관리가 담당자 1명의 엑셀작업에 맡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소방공무원 시험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유사 실수가 있었지만 이의제기가 없어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전처는 뒤늦게 소방공무원 시험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답안지 판독부터 합격자 확정까지 전 과정을 전산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답안지 판독기를 추가로 도입해 2중으로 채점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윤 중앙소방학교장은 "인사혁신처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험운영 수준을 높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