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센텀시티몰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유커.
신세계 센텀시티몰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유커.
부산시와 부산지역 향토기업이 부산에 시내면세점 설립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오는 6월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공고를 내면 부산관광공사와 지역 상공계, 면세점 관련 대기업이 참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9월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20일 발표했다. 시는 정부에서 규제프리존 내 관광특구인 부산과 강원지역에 추가로 시내면세점 개설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사업권을 따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부산 '민관합작 시내면세점' 추진
SPC의 자본 규모는 200억~300억원이다. 시는 출자기관인 부산관광공사에서 10억원을 내고, 지역 기업이 70%를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부산상공회의소와 함께 사업에 참여할 지역 기업의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허가할 시내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져 대기업 참여지분은 30% 이내로 제한된다. 시는 부산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 신세계와도 협의하고 있다.

시는 중구 광복동과 동구 등 원도심 일원을 시내면세점 입지로 결정할 방침이다. 원도심은 크루즈 관광으로 부산항에 입항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접근이 쉬워서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있는 서면과 해운대는 제외하기로 했다. 시는 지역의 특화상품과 중저가 상품, 가전제품 등 유커가 선호하는 상품을 판매해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하기로 했다.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있는 부산상의 관계자는 “면세점이 수익구조를 갖추려면 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는 대기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며 “5월 말 부산 시내면세점에 관한 한국유통연구소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 자본금과 장소 등을 확정해 투자 업체를 본격적으로 모집, 컨소시엄 형태로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상공인은 “향토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대기업과 지역기업이 절반씩 지분을 구성해 기반을 잡은 것처럼 시내면세점도 지역기업이 70%의 지분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며 “시내면세점이 ‘제2의 에어부산’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대주주 아시아나항공(지분율 46%)을 비롯 부산시(5.02%)와 세운철강(4%) 넥센(4%) 부산은행(2.99%) 등 지역 주요기업 14곳(48%)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부산에는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영업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롯데가 2900억원, 신세계는 169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롯데가 3100억원, 지난 3월 신세계센텀시티몰로 면세점을 확장 이전한 신세계는 2450억원으로 목표를 정하고 경쟁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부산지역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6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면세점 추가 설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형 면세점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이 더 생겨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세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