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단속 등 IP 추적 피하자"…미국 웹브라우저 '토르' 사용 확산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웹브라우저 ‘토르(Tor)’를 이용하는 한국 네티즌이 늘고 있다. 경찰이 음란 포털사이트 소라넷 등 불법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데 따른 현상이다. 러시아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 열풍에 이어 사이버 검열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르는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나 구글 크롬 등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접속 때 사용하는 웹브라우저다. 미 해군연구소(USNI)가 개발한 토르는 이용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토르 이용자 세 명의 컴퓨터를 거치게 하고, 전송되는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주소(IP)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형기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학과장은 “중국 북한 등에서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 위해 토르를 이용하기도 한다”며 “비트코인을 이용한 마약 거래나 아동 음란물 등을 다룬 불법 사이트 운영에 악용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음란물이나 도박 등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려는 네티즌이 토르를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토르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토르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9일 기준 한국인 이용자는 1만2500명을 웃돈다. 1만명을 밑돌았던 작년 11월에 비해 30% 이상 급증했다. 세계 토르 이용자 수가 2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 이용자는 적지 않은 편이다.

직장인 전모씨(27)는 “최근 경찰이 소라넷 등 음란사이트 수사를 강화하는 것 같아 며칠 전부터 토르를 사용하고 있다”며 “자주 가는 해외 성인 일본만화 사이트는 일반 웹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수시로 차단되지만 토르를 이용하면 어디든 접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토르를 통해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토르 IP 추적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계좌 내역 등 다른 곳에서 단서를 잡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