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긴 시점 일치…경찰, 술집 단골 한국인 용의자 추궁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산간 야초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국인 여성은 지난해 12월 말께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밝혔다.

전날 용의자로 체포된 한국인 남성도 피해 여성인 중국인 A(23)씨와 비슷한 시기 연락이 끊긴 것으로 조사돼 용의자의 당시 행적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일하던 주점 등 주변 인물들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주점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술집에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됐다"며 "연락 없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생활했던 불법체류 여성들도 비슷한 시기에 연락이 끊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불법 체류 신분이 탈로 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7월 16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 이후 불법 체류하며 같은 해 12월 제주시 내 주점에서 잠시 일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8일 오전 체포된 용의자도 A씨와 휴대전화로 최종 연락이 끊긴 시점이 비슷한 시기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용의자가 A씨가 일하는 주점의 단골로 서로 알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지워버린 휴대전화 문자발송 내역을 복원, 피해자 A씨와 안부를 묻는 등 자주 연락했던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사용 내역과 자가용에서 채취한 모발 등도 분석하고 있다.

용의자 차에 있는 흔적에서는 혈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에는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겨울옷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외출복 차림이어서 살해되기 전 누군가와 만나려고 외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한 수사 결과 혐의점이 유력하면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용의자는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데다 경찰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알려져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용의자를 체포하게 됐으며 조사를 통해 용의자가 경찰의 의문점을 소명할 수 있는 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A씨가 일하던 주점에서는 술에 취해 있는 데다 A씨와도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와 A씨 사이에서 채무관계 등 돈거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시신에서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한 결과, 성폭행 흔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토대로 중국영사관을 통해 중국 남부지방에 사는 가족을 찾아 관련 사건 내용을 알리기로 했다.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