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BA] 내 가치를 높이는 '터닝 포인트' MBA
2006년 출범한 이래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은 국내 직장인에게 ‘연봉 및 직급 상승’이라는 지름길을 안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큰돈을 들여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도 경력 전환이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서다.

MBA에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경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기업 현장에서 실무적인 능력을 키워 본인의 몸값을 올리려는 목적에서다. 특히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 사회계열을 전공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 때문에 MBA를 많이 찾는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학 MBA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에서 MBA 출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다른 석사 과정과 달리 학문적인 성과보다는 졸업 후 당장 기업 경영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느냐 여부기 때문에 실무 능력을 키우려는 목적을 가진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MBA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우선 학비가 저렴하다는 것이 꼽힌다. 해외 MBA 등록금의 3분의 1부터 절반 정도의 수준이어서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한 대학 MBA 관계자는 “과거에는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MBA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직장생활과 학위 과정을 병행하며 기존 직장에서 인정받으려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 MBA 졸업자들의 성과도 뛰어나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형 MBA 졸업자들의 취업률은 77%로 조사됐다. 졸업자 대부분이 기업과 금융업에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는 기업이 78.4%로 가장 많았고 금융업이 12.7%로 뒤를 이었다. 또 공무원·공사·공단 취업자, 자영업, 법조인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별 취업률은 한양대 컨버전스 경영과정이 100%로 가장 높았고 인하대 글로벌물류 MBA(99%), 서울대 SNU MBA(95%), 서울대 글로벌 MBA(94%), 한양대 금융투자 과정(92%) 등이 9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한국형 MBA가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해외 대학들도 국내 대학과 복수학위 협정을 늘리면서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예전에는 한국인 학생이 MBA를 위해 해외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학생이 국내에서 과정을 이수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국내 MBA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한국형 MBA 13개 대학 중 11개교가 국제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AACSB 인증은 총 11개교, EQUIS 인증은 총 2개교가 보유했고 고려대와 연세대는 AACSB와 EQUIS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신입생은 2014년 45개국, 121명에서 2015년 55개국, 134명으로 늘고 외국인 교수 역시 지난해 72명에서 11명이 늘어난 83명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한국형 MBA가 자리를 잡아가는 데다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국내 대학들은 수강생의 실무 능력을 높이고 각 대학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하며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화여대 MBA는 작년 하반기부터 ‘빅데이터 MBA 과정’을 신설했다. 최근 기업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빅데이터 MBA는 시간이 촉박한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learning)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또 이화여대 MBA는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과정 간의 교차 수강도 허용한다.

성균관대 SKK GSB는 직장인들이 업무를 병행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MBA로 거듭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야간 Professional MBA 과정을 개설하면서 국내 대학 야간 MBA 과정 중 최초로 해외 복수학위 취득이 가능하고 영어 수업 100%로 운영되는 과정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MBA 학위를 취득하고, 5개월간 추가 과정을 이수하면 인디애나대 켈리스쿨 복수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일석삼조 과정이라 ‘퇴근 후 MBA 유학 가는 과정’이라 불리기도 한다. 주말 Executive MBA 과정은 인디애나대 켈리스쿨이 한국에서 직접 운영한다. 경력 8년 이상 중간 관리자가 대상이며 졸업생은 켈리스쿨 MBA 학위를 취득한다. 인디애나대 켈리스쿨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지 MBA 평가에서 강의 우수성 1위로 선정됐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은 국내외 소속 대학이나 소속 기관에 관계없이 각 분야의 최고를 교수진으로 초빙하고 철저한 강의 평가를 통해 강의의 질을 높이는 오픈 플랫폼 시스템(open platform system)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 강의마다 교수, 학습자료 외에 자기평가 및 만족도 질문을 포함해 재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 의지와 참여도, 강연에 대한 이해 정도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주고 있다.

경력관리 등 ‘애프터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고려대 MBA는 특화된 커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려대 MBA는 본교와 별도로 자체 경력개발센터(CDC)를 운영하고 있다. 경력개발센터에는 전담 인력을 배치해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문적인 커리어 상담 및 레주메 클리닉, 모의 인터뷰, 추천 채용, 각종 커리어 외부 특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