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단원고 앞서 촛불들고 희생 학생 이름 일일이 불러

"이 촛불이 하늘에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 16일 오후 7시께 경기 안산 단원고 정문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촛불잇기' 행사가 열렸다.

안산지역 시민단체 '두 번째 416, 봄을 만드는 사람들(416사람들)'이 연 이 행사에는 2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단원고 어린 영혼들의 죽음에 하늘도 슬피우는 듯 세차게 비가 내렸지만, 이들은 아랑곳 않고 초에 불을 밝혀 학교 정문에 늘어섰다.

참가자들은 가요 '봄을 찾기'에 사망하거나 실종된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넣어 가사를 바꿔 노래를 부르며 2년 전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다.

또 희생자들을 한명씩 호명해 "하늘에서도 잘 지내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거니", "부모님은 잘 계시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라고 안부를 묻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 상록구에 사는 박하민(23)씨는 "여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으로, 희생 당시 학생들과 동갑이다.

세월호 참사는 나와 이웃, 누구든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단원고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 행사가 열린 것은 사고 당시인 2014년 4월 16일 이후 2년 만이라고 416사람들은 전했다.

416사람들 소속 김은호 희망교회 목사는 "아이들의 생환을 기원하는 촛불 기도회를 수일간 열었던 2년 전을 다시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시민들이 뜻을 모았다"며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인 만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때까지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정부합동분향소와 화랑유원지 일대에서 열린 추모제 '기억식', 추모 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 추모 문화제 '봄을 열다'에 이어 저녁 늦게까지 촛불 잇기 행사가 진행돼 안산지역의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식이 온종일 계속됐다.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