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노린 범죄·외부인 소행 등 모든 가능성 조사

경북 청송경찰서는 지난달 현동면 눌인3리마을회관에서 일어난 농약소주 사망 사건과 관련 수사 방향을 재설정하고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이 사건을 '특정인을 노린 범죄'와 '마을 내부인 소행'이라는 큰 틀에서 수사를 해왔다.

당시 마을회관 김치냉장고에 있던 38병의 소주 가운데 1병에만 농약성분이 들어있었고, 일반냉장고에 보관하던 맥주와 음료수, 물 등에서는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외부인이 마을 사람을 빼고는 인적이 드물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곳에 와서 노인들을 상대로 범행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만큼 내부인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실마리가 나오지 않자 수사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사가 한쪽으로만 흘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을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농약소주 사망이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이거나 마을 내부 사람이 아닌 외부인에 의한 '묻지마 범죄'일 가능성에도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 또는 묻지마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은 마을 사람이 아닌 외부인이 회관에 침입해 소주에 독극물을 탔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건 발생을 전후해 회관 앞 도로(31번 국도)를 지나간 차들을 파악하고 있다.

회관을 중심으로 31번 국도 양방향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는 사건 당일을 전후해 하루 평균 5천대 이상의 차량이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폐쇄회로 카메라에 차들이 촬영된 시간과 이 차들이 청송군내 다른 지점에 있는 카메라에 찍힌 시간을 비교하기로 했다.

2개 지점 이상의 카메라에 차량이 촬영된 시간을 비교해 사고 현장인 눌인3리 주변에 머문 시간에 특이점이 있는 차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음독한 주민 A(74)씨의 사망 배경을 밝히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경찰이 추정한 것처럼 정황상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그가 마을회관 농약소주 사건의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다.

그는 평소 아내의 잦은 마을회관 출입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수도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A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은 데다 유족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만큼 타살 가능성 등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을 해결하는 데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최병태 청송경찰서 수사과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해 숨진 주민 2명의 사망 배경을 포함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