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브라보, 조연들!
‘천만 요정’. 배우 오달수 씨(48)를 영화계에서는 그렇게 부릅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마치 요정이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줄줄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서 붙여준 별명이랍니다. ‘1000만 관객 클럽’에 가입한 한국 영화13편 가운데 7편(괴물,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에 그가 출연했습니다. 모두 조연으로.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데 중요한 것으로 작품성과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우선적으로 꼽힙니다. 오달수 씨는 그저 ‘운 좋게’ 그런 영화에 조연을 맡았을 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계의 평가는 다릅니다.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조연도, 오달수가 연기하면 없는 게 상상이 안 되는 배역으로 바뀐다”는 게 영화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얘기입니다.

어떻게 연기하기에 그런 말을 들을까. 한국경제신문 3월24일자 A36면 인터뷰 기사에 그의 ‘자가 진단’이 나옵니다. “감독들이 저를 찾는 건 제 코미디 연기 호흡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 호흡이라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코미디일수록 진지하게 연기하죠. 한 번도 관객을 웃기려고 한 적 없어요. 상황이 웃기는 거지, 배우의 테크닉으로 웃기려고 해선 안 됩니다.”

그는 악역을 맡을 때도 “확실히 다른 연기를 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무리 나쁜 인간일지라도 내면에 남아 있는 인간성, 관객이 연민을 느낄 수 있는 표정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답니다. 배우부터 스스로의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지 못하면, 절대 관객에게 사랑 받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오달수 씨가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대배우>가 지난 30일 개봉했습니다. ‘주연을 꿈꾸지만 20년째 조연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로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배우 오달수’를 소재로 삼은 겁니다.

세상사 대부분에서, 주목을 모으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다수가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낼 때 ‘주인공’도 빛이 납니다. 그런 ‘다수의 조연들’의 애환을 치열하게 연기해내고 있는 배우 오달수와 ‘이 땅의 수많은 오달수들’을 응원합니다.

< 한국경제신문 기자·기획조정실장 이학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