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000만원도 '최저임금 미달'인 한국
연봉 4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원이 현행법상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로 분류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봉에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엔 상여금 등은 빠지고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988년 시행된 최저임금제도 때문에 인건비는 늘어나고 고용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A사의 올해 생산직 정규 신입사원 연봉은 4097만원이지만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은 연 1497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기준인 연 1512만원(소정근로시간 월 209시간 기준)에 15만원 모자란다. A사 노무담당 임원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등의 처벌을 받는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기본급을 올리고 채용은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은 최저임금에 기본급과 직무수당과 같은 고정성격의 수당만 포함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나오는 상여금이나 성과급 등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인데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더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해 도입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8.8%로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으로 지난해보다 8.1% 올랐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경쟁하듯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시간당 9000원,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는 오는 7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도병욱/강현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