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구 시장이 더 활기…수협 "무단점유자 간주, 명도소송"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시장이 지난달 16일 첫 경매와 함께 공식 개장했지만 아직 많은 상인이 새 건물로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화 건물이 기존 시장보다 좁고 시장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사를 반대하고 기존 시장에서 영업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새 건물로 옮겨간 판매 상인은 전체 680명 가운데 200여명. 이사하지 않은 상인들은 구 시장에서 영업을 계속해 시장은 '두집살림' 신세가 됐다.

현재 구 시장은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띄지만 현대화 시장이 문을 열기 전과 별 차이 없이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상인 입주를 마쳤어야 할 새 건물 1층에는 점포가 제법 입주했으나 아직 비어 있는 면적이 많고 어수선해 상대적으로 썰렁한 분위기다.

노량진역에서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구 시장은 3월 16일부로 폐쇄된 무허가 시장이며 철거 예정 시설이므로 법률상 도매시장으로 허가된 신축 현대화 시장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시민에게 나눠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손님은 아직 현대화 시장보다 구 시장에 더 많이 몰리는 상황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은 새 건물로 옮기지 않고 기존 시장에서 계속 영업하는 상인을 무단점유자로 간주해 무단점유사용료를 내게 하고 명도·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수협은 아직 법원에 소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밟고 있으며 승소를 예상하고 있다.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면 무단 점유자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법적인 조치에 앞서 단계적인 시설 제한 등으로 상인들이 새 건물로 옮기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단전·단수 등 '최후의 카드'는 고려하지 않지만 주차장 등 건물 노후화에 따른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시설부터 제한할 예정이다.

수협 관계자는 "이제 낡은 구 시장 시설 관리를 아무도 하지 않는데 상인들이 무단으로 시설을 쓰고 있어 사고라도 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와중에 상인들의 시설 사용을 막으려고 투입된 경비업체 용역 직원들과 상인들이 연일 대치하며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 새벽에는 주차장 폐쇄를 위해 시장에 온 경비업체 직원들이 탄 버스를 막고 농성을 벌인 혐의로 시장 상인 3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현대화 건물 입주를 반대하는 상인 측과 노량진 수산시장 법인은 계속 입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지만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승기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시장 기능을 갖추지 않은 새 건물에는 들어갈 수 없다"며 "역사와 전통을 지닌 노량진 수산시장을 후대에 명물 재래시장으로 물려주려면 기존 시장을 리모델링해야한다"고 말했다.

1971년에 지은 구 시장 건물이 낡고 열악해 수협은 총 투자비 5천237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연면적 11만8천346㎡,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 새 시장 건물을 완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