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의 '무원칙 노조 지원'
노사관계에는 법 규정 외에도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원칙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무노동 무임금’이다. 원래 파업기간에는 일을 하지 않으므로 임금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타결 일시금’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파업기간의 임금 손실을 보전해준다. 파업을 서둘러 끝내게 하려고 원칙을 깨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파업이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을 해도 손해가 없다는 사실을 노동조합원이 알게 되는 탓이다. 당장 눈앞의 위기를 벗어나는 데 눈이 멀어 원칙을 훼손하면 더 큰 손해가 따른다.

노동조합의 ‘재정적 자주성’도 중요한 원칙이다. 노조는 근로자들이 조직·운영하고, 경비도 충당해야 한다. 사용자가 여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금전적 지원을 이유로 사용자가 노조활동을 지배하거나 개입할 수 있어서다. 강력한 노조는 사용자에게 부당한 경비 지원을 강요할 수도 있다. 과거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는 노조 전임자의 수가 지나치게 늘어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 결과 2010년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 지급이 법으로 금지되기까지 했다.

원칙 훼손으로 어느 일방이 일시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노사 모두에 손해이므로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동단체 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노조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본부는 2002년부터 3년간 사무실 임차료(총 30억원)를 국고에서 지원받았지만 자주성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2006년부터 지원받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한다며 한국노총을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근로자 복지 증진 등 그럴싸한 정책 목적을 내세운들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노동부나 서울시 등은 노동단체 지원 근거로 근로복지기본법, 노사관계발전지원법과 조례 등을 내세운다. 특정 노동단체가 아니라 정책 사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실상 양대 노총과 그 산하 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지원을 놓고 ‘국가 차원의 부당노동행위’라고까지 한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