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8일 만에 사의…공직자 재산형성 투명성 공론화
"국민 눈에 부족함을 알지 못했다"…공직자 재산검증 잣대 더욱 강화 전망

주식 매매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검사장)이 2일 사의를 밝히면서 그의 재산 형성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진 검사장이 게임회사 넥슨 주식 처분으로 법조 분야 고위공직자 중 재산 1위에 오른 사실이 알려진 지 8일 만이다.

그의 사퇴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엄격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줬다.

재산이 얼마나 많으냐의 문제보다는 그 형성 과정이 고위 공직자로서 적절했는지, 국민 앞에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는지를 여론이 중시한다는 점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 재산공개 후 논란 증폭…8일 만에 '백기'
진 검사장의 재산은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개된 재산액은 156억5천609만원. 재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식 처분금이었다.

2005년 사들인 게임회사 넥슨 주식을 보유했다가 지난해 126억461만원에 처분했고, 시세차익만 37억9천853만원에 이르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의 지난해 재산 증가액은 행정부와 사법부 등 전체 공개 대상 공직자 2천328명 중 최고액이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검사로서 국내에선 비상장업체였던 넥슨의 주식을 어떻게 매입했는지를 놓고 의문이 증폭된 것이다.

진 검사장이 넥슨 김정주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점은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기획팀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등 진 검사장이 거친 금융·증권분야 이력이 주식 매입이나 보유와 모종의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뒤따랐다.

여론의 시선은 주식 매입 경위와 최초 매입 가격에 쏠렸다.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사안이었지만 의혹의 실체를 따져 볼 열쇠가 될 쟁점이었다.

진 검사장은 6일간 침묵한 끝에 지난달 31일 몇몇 의문점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2005년 주당 수만원에 8천여주를 매입했고 넥슨 관계자가 아닌 컨설팅 분야에 종사하던 친구 소개로 지인들과 함께 제3자로부터 장기 보유 목적으로 샀다는 내용이다.

작년 처분 주식은 80만1천500주였는데, 주식 수가 늘어난 것은 넥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 100배로 주식 수가 늘어났다는 해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베일 속 '제3자'가 누구인지, 쉽게 접근이 어려웠던 넥슨 주식을 어떻게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었는지, 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부터 넥슨의 일본 상장 계획을 알고 투자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꼬리를 물었다.

진 검사장은 결국 주식 투자 경위를 해명한지 이틀 뒤인 2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숨김 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 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뒤늦게 토로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공개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대한 심사에 착수한다고 1일 밝힌 것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또 재산 문제로 논란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법무·검찰 조직에 부담을 줄 수는 없다는 판단도 사퇴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 '재산 논란' 불명예 퇴진한 공직자
이번 논란으로 고위 공직자의 재산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의 눈높이와 공직자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음이 새삼 확인됐다.

향후 고위 공직자의 재산 검증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재산 형성 과정의 투명성 논란과 투기 의혹 등으로 논란이 불거져 불명예 퇴진한 공직자들의 사례는 적지 않았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으로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재산공개가 이뤄졌고, 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27억8천여만원의 재산을 등록한 김 대법원장이 투기 대상지역인 경기도 용인군 수지면 등지에 부인과 아들 명의로 5만7천여평, 공시지가 10억여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산 땅"이라며 공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여론의 집중 포화로 재산공개 3일만인 9월 10일 결국 전격 사퇴했다.

행정부에서도 그동안 여러 사례가 있었다.

2013년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0억원대 재산 보유 및 세금 탈루, 로펌서 대기업 관련 업무 처리 등과 관련한 의혹 및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2010년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이 '건물 매입 재산증식 논란'으로 취임 반년만에 용퇴했고, 2008년 4월에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재산공개 이후 '부동산 투기 및 서류조작 의혹'에 휘말려 사직했다.

2005년에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사외이사 겸직과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에 이어 한국국적 포기, 경기도 수원땅 투기 의혹 등으로 결국 백기를 들고 물러났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