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활동비 더 걷고 국가보조금도 유용…2013년 정보공시 이후 은밀해져

학부모에게 최대 2배까지 부풀린 특별수업 교재 대금을 받아 교재업체에 지급한 뒤 납품 대가로 리베이트를 챙긴 부산지역 어린이집, 유치원 원장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어린이집 원장은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받았고, 유치원 원장은 국가보조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9일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역 어린이집·유치원 원장과 대표 5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교재판매업체 대표 차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직원 3명을 입건했다.

입건된 어린이집·유치원 원장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각종 특별수업 교재대금을 130∼200%까지 부풀려 이중계약을 맺은 교재판매업자에게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4억7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어린이집은 41곳, 유치원은 14곳이었다.

같은 범행 수법으로, 유치원 원장은 매달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원생 1인당 22만∼29만원을 받는 국가보조금 일부를,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로부터 받은 특별활동비(평균 5만∼8만원) 일부를 각각 리베이트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린이집 원장들은 정부로부터 보육비를 지원받으면서도 매월 교재비를 권당 3천∼8천원가량 부풀려 학부모에게 더 큰 부담을 지웠다.

학부모들은 특별활동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모르는 채 어린이집 요구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2년 넘게 이들이 받은 리베이트 규모는 보육기관별로 수십만원에서 최대 6천만원에 달했다.

교재업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직접 방문해 한 번에 현금 수십만원에서 200만원까지를 넣은 봉투를 전달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원장 대부분은 "(리베이트를) 운영비로 사용했다.

관행이었다"고 진술했지만 빚을 갚거나 회식비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교재판매업자 차씨 역시 경찰에서 "일부 원장은 먼저 리베이트를 요구했다.

리베이트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었다"고 말해 리베이트가 업계 전반에 관행처럼 퍼져 있음을 암시했다.

2013년 임신육아종합포털인 '아이사랑' 개설로 유치원·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정보 공시를 해야하면서 리베이트 관행이 더욱 은밀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재대금을 부풀려 뒷돈을 받아도 처벌이 약해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을 각각 적용받는데 두 법 모두 리베이트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경찰은 어린이집 운영비 비리를 수사하다가 압수수색한 교재업체에서 리베이트 장부를 발견하면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원을 관할하는 교육청에 원장의 금품수수를 감시할 만한 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리베이트 사건은 직접 증거 없이는 수사가 힘들기 때문에 많은 제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