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재산 내역이 공개된 고위공직자 2328명 중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한 사람은 전체의 1.7%인 40여명이다. 보유한 부동산 및 예금 등 순재산보다 개인과 금융회사에서 빌린 빚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매달 원리금을 내면서 허덕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공직사회의 대표적 ‘마이너스 자산가’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고한 재산은 -6억8629만원이다. 2011년 당선된 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마이너스 재산을 등록했다. 순재산은 고향인 경남 창녕군 토지(5467만원)와 가족 은행예금 4581만원, 2005년식 체어맨(615만원) 차량 등 1억662만원이 전부다. 반면 개인과 금융회사에서 빌린 채무가 7억9292만원에 달한다.

박 시장이 1억2086만원(올해 기준)의 억대 연봉을 받긴 하지만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빼면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은 800만원에 못 미친다.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많을 때는 월급의 절반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시민사회 활동을 할 때는 부인인 강난희 씨가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도맡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경기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채무가 늘었고, 박 시장이 선거에 출마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당시 업체를 청산하면서 쌓인 빚을 계속 갚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개인 재산에 국한된다. 박 시장의 시정 활동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세금에서 나온다. 박 시장은 종로구 가회동 시장공관에서 살고 있다. 관용차로는 카니발이 제공된다. 매년 4억원가량을 별도 업무추진비로 쓸 수 있다. 마이너스 재산이라 할지라도 공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재산 공개 대상자 중 재산이 가장 적은 고위공직자는 군의원 출신인 최수일 경북 울릉군수로 -25억3479만원이다. 최 군수는 빚만 35억원을 지고 있다. 최 군수에 이어 기업인 출신인 권영택 경북 영양군수는 재산이 -23억2131만원이다. 기초단체장인 군수는 평균 85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이들 기초단체장에게도 관사와 관용차, 업무추진비가 제공된다.

국회의원 중에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억1802만원을 신고해 재산이 가장 적었다. 진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3억653만원)과 김한표 의원(-3548만원), 무소속 강동원 의원(-1444만원) 등 4명이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했다. 국회의원에겐 관사만 제공되지 않을 뿐 연간 1억4000만원가량의 세비와 함께 보좌진 연봉, 차량 유지비 및 각종 정책수당이 세금으로 지급된다.

마이너스 재산을 신고한 고위공직자 40여명 중 70%가 넘는 30여명이 지방의회 의원이다. 광역·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은 세비를 제외하고는 다른 명목의 경비 지원이 없다. 다만 지방의회 의장에게는 별도의 업무추진비와 함께 관용차, 개인 집무실, 비서실 직원 등 인력 및 공간이 제공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