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운동기기를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속여 가입자를 모집한 ‘한일월드 렌털 사기’ 사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송규종)는 가입자 183명에게 대당 950만원짜리 음파진동운동기 렌털료를 대납해주겠다고 속여 약 17억5000만원의 렌털료 채무를 부담하게 한 혐의(사기)로 최근 이영재 한일월드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같은 수법으로 가입자 1981명에게 약 187억원의 렌털료 채무를 떠넘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첫 기소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 회장은 12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렌털 금융을 제공한 캐피털사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드러나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한일월드 렌털 사기 피해자는 검찰이 확인한 것만 2164명이다. 피해금액은 200억여원에 달한다. 한일월드는 2014년 5월부터 신상품 체험단을 모집한다며 고가의 음파진동운동기 사용자를 모집했다. 운동기를 빌려 쓰면 회사가 매달 19만8000원의 할부금을 대납해주고 4년 뒤 소유권을 넘겨준다고 광고했다. 한일월드가 사용자 통장에 돈을 넣어주면 할부금 채권을 넘겨받은 BNK캐피탈 등이 이를 빼가는 조건이었다. 한일월드는 채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캐피털사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자금난을 이유로 한일월드가 할부금 입금을 중단하면서 남은 할부금의 납입 부담이 사용자에게 넘어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한일월드가 이 같은 방식으로 운동기기를 떠넘긴 사용자가 1만여명, 계약금액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월드로부터 넘겨받은 운동기기 관련 채권이 대거 부실화하면서 캐피털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BNK캐피탈이 한일월드에서 인수한 채권은 약 561억원으로 자본총액(작년 9월 기준)의 12.1%에 달한다. BNK캐피탈은 이 중 220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 파장이 커지자 BNK금융지주는 BNK캐피탈에 5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검찰 관계자는 “BNK캐피탈은 이 회장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며 “사용자 피해 관련 수사가 끝나는 대로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