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브라질 출장을 다녀온 43세 남성이다.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을 통해 쉽게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첫 확진…"공기 감염 가능성은 없어"
◆국내 유입 첫 사례

질병관리본부는 브라질 출장을 다녀온 남성 L씨(전남 광양)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22일 발표했다. L씨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22일간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지카 환자 발생지역)에 머물렀다. 그는 독일을 거쳐 지난 11일 귀국했다. 귀국 당시엔 잠복기로 발열 등 증상이 없어 검역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L씨에게 처음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16일이다. 그는 18일 전남 광양의 한 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19일부터 근육통과 심한 발진 증상을 호소했다. 21일 두 번째로 찾은 의원에서 광양시보건소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신고했고 22일 새벽 감염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라질에 체류하면서 지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L씨는 전남대 병원 1인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L씨를 치료하고 있는 장희창 전남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환자는 거의 완치된 상태로 회복만 기다리면 된다”며 “퇴원이 가능한 상태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퇴원 시점을 잡겠다”고 설명했다.

◆2차감염 가능성 희박

질병관리본부는 L씨 가족과 동료를 중심으로 추가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함께 브라질로 출장을 떠난 동료는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부인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감염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다. 감염병 위기단계는 현 단계(관심)를 유지하기로 했다. 치명률과 전파 가능성 등이 낮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브라질이나 콜롬비아에는 수천명씩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원인인 1~3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L씨로 인한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L씨와 함께 비행기를 탄 탑승객 역학조사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 모기에 물리거나 수혈,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여름철에 주로 활동한다. 3월은 활동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L씨를 문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어 감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임신부, 발생국 여행 삼가야

환자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임신부는 되도록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 여행을 자제하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당부했다. 또 남미 등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를 여행할 때는 모기 기피제를 바르고 밝은색 옷을 입는 등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한 뒤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역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김종훈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성관계로 인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며 “발병 후 62일이 지나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을 때에도 남성 정액에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생국가를 방문했다면 성관계 등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는 임신기간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고 소두증 아이를 낳거나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접수된 지카 바이러스 의심증상 신고 건수는 124건으로 이 중 123건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지현/고은이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