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14명→올해 1∼3월 6명…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사고 많아

지난해 9월 28일 오후 4시께 서울 강남구 광평로 앞 도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이 우회전하던 마을버스와 부딪혀 숨졌다.

지난해 1월 21일 오전 10시40분께 서대문구 북아현동 진입로에서는 공사현장으로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이 하위차로로 지나던 30대 남성을 쳐 중태에 빠뜨렸다.

서울시내에서 이와 같은 대형차량이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던 중 보행자 사고가 급증하자 경찰이 우회전 전용신호 설치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3월15일까지 석달도 안 되는 기간에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과 부딪혀 숨진 보행자가 6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같은 유형 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수 14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비보호' 우회전 직후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 많다.

경찰이 지난해와 올해 사망자 20명의 교통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고는 차종별로 승용차(25%) 보다는 승합차·화물차·건설기계(75%) 등 대형차량이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덤프트럭과 버스 등 대형차량은 오른쪽 전방이 운전자 시야 사각지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차량 사고가 많은 탓에 사고 후 차량이 보행자를 타고 넘는 역과(轢過)사고의 비율도 65%로 높았다.

보행자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70%에 달할 정도로 고연령이 많았고, 차도 너비별로는 6m 미만의 좁은 도로에서 주로 일어났다.

경찰은 고연령층은 몸이 약한 데다 횡단보도가 안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좌우를 살피지 않은 채 길을 건너는 일이 잦고, 차도 너비가 좁을수록 보행자들이 사고 위험이 없을 거라 예단하는 일이 많아 사망사고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우회전 전용 신호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교차로 54곳을 선정해 현장점검 후 올해 안에 이 중 절반 이상에 전용 신호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횡단보도보행자횡단방해' 행위에 대한 현장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