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금융감독원 직원 사칭해 전화 끊지 못하게 하며 현금 가로채

20∼30대 여성을 상대로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속여 현금을 가로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수거책인 중국동포 김모(22)씨 등 3명을 사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20∼30대 여성 6명에게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계좌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겠다"고 속여 모두 3억 5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 조직은 자체 콜센터에서 검사로 속인 조직원이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직접 제작한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을 유도하고서 피해자 이름과 사건번호가 적힌 화면을 확인하게 했다.

믿는 낌새가 보이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피해자에게 계좌에 있는 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금감원이 있는 서울 여의도로 가도록 유도했다.

그곳에서 금감원 직원에게 현금을 전달하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고 속였다.

말끔한 정장을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건 채 나타난 금감원 사칭 조직원은 '금융범죄 금융계좌 추적 민원'이라고 적힌 공문을 보여주며 일시, 금액, 서명을 기재하게 하며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짜였다.

이 과정에서 검사 사칭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절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다.

전화를 끊으면 해당 전화번호를 검색하거나 수사 기관에 문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들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다 폐쇄해 추적이 어려운 전화번호를 사용했고, 현장에서 돈을 받을 때도 철저히 CCTV 사각지대로만 이동했다.

잡힐 것 같지 않았던 이들은 같은 피해자에게 사기를 한 번 더 치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이달 10일 금융권에서 일하는 A(26·여)씨에게 6천400만원을 가로채고서, 증권계좌에 남아 있다는 9천만원에도 욕심을 부려 이튿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뒤늦게 사기라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통화하는 중에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문자로 신고했다.

경찰과 A씨는 이들과 여의도 카페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고, 현장에 나타난 이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범행했으며, 가로챈 돈의 4%를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는 중간책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절대로 직접 돈을 요구하지 않고 카페 등 외부에서 피해자와 만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중간책 등 나머지 조직원을 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