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학대 피해자…"심리치료ㆍ지속적 관심과 지원 절실"
친모 '친권ㆍ양육자 변경신청'…할머니도 "양육 책임지겠다"

계모 손에 이끌려 길에 버려진 줄만 알았던 신원영(7)군이 결국 평택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원영이와 똑같은 아동학대 피해자인 원영이 누나(10)는 이제 동생을 잃고 홀로 남겨졌다.

학대와 암매장 범행을 자백한 친부 신모(38)씨와 계모 김모(38)씨에게 주어진 친권도 상실 가능성이 커졌다.

계모 김모씨는 2013년 5월 신양 남매와 함께 살면서부터 이들을 수시로 회초리로 때리고 베란다에 가뒀다.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히거나 씻기지 않았으며 아침 끼니도 챙기지 않는 등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영군의 누나는 1년 전부터 동생과 떨어져 경기 평택에서 친할머니와 둘이 지내고 있다.

주변인들에 의하면 평소 쾌활한 성격인 신양은 지금까지는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교 이후에는 예전과 다름 없이 집 근처에 있는 공부방에서 오후 7∼8시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양 남매의 친모와 이혼하고 친권을 가진 아버지 신모(38)씨가 계모의 학대로 숨진 원영군을 암매장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남아있는 신양에 대한 친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아동이 부모로부터 상습적인 학대를 당하거나 학대로 중상해를 입으면 친권상실이 이뤄진다"며 "원영이가 학대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에 검찰이 친부의 친권상실을 법원에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양의 친할머니 A씨는 지금까지 보살펴 왔듯이 앞으로도 신양을 도맡아 양육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이웃이나 친지들이 손녀를 따뜻하게 보살펴줬고 손녀도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내게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손녀가 마음 놓고 학교생활을 하고 공부방도 다닐 수 있도록 내가 끝까지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생 원영이와 떨어져 지내긴 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라 심적으로 의존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힘들어할까봐 현재 원영이나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 나누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양 남매의 친모 B씨는 지난 10일 평택지원에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신청을 냈다.

B씨는 3년여 전 신모씨와 이혼하면서 경제적 여건 때문에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했다.

이혼 소송이 끝난 2014년 4월부터 2주에 한번 씩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면섭교섭권이 주어졌지만, 그해 8월부터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아 1년 넘도록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고 B씨는 전했다.

B씨는 "아이들이 학대를 당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신양은 동생 신원영군 실종사건 수사 때문에 경찰이 찾아온 지난 4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그간 계모로부터 학대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학교나 보호기관은 신양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생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양이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판단해 정신과 전문의를 통한 심리치료를 연계하고 있다"며 "1차 상담은 얼마 전에 마무리했는데 아이의 정확한 심리상태는 종합검사를 받고 나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양의 친할머니는 아들의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고 친딸 등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할머니와 신양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지역 주민센터와 협의하고 있다.

또 신양이 원한다면 사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센터인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아동학대 피해자인 신양이 나중에 자신과 동생이 겪는 일을 온전히 이해하게 됐을 때 느낄 충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우선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의 세심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연합뉴스) 김경태 류수현 기자 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