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9일 '난방 열사'라는 호칭을 얻은 배우 김부선씨가 서울시청에서 기자들에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장으로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9일 '난방 열사'라는 호칭을 얻은 배우 김부선씨가 서울시청에서 기자들에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장으로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20% 회계 구멍' 정부 발표 환영
"입주자대표회의 의장으로서 투명한 회계 위한 홈페이지 만들 것"

"비리를 알리려는 과정은 도저히 혼자 정복할 수 없는 에베레스트산 같았습니다. (조사가) 잘 됐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난방비 비리를 사회문제화 한 배우 김부선(55·여)씨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국 아파트 20%가량이 관리비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정부 발표에 환영의 뜻을 표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이날 전국 8천991개 단지를 대상으로 벌인 공동주택 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감사 대상 아파트 단지의 19.4%인 1천610개 단지가 회계처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그동안 기득권의 부정과 야합이 뛰어넘을 수 없는 에베레스트산과 같아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며 "하지만 결국 내 이야기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2014년 자신이 사는 서울 성동구 H아파트에서 벌어진 난방비 비리를 폭로해 관리비 비리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도록 주도해 '난방 열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달 1일 H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김씨는 실체적인 비리는 감사 결과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씨는 "이틀 전에야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고작 통장과 인감도장만 받았다"며 "이 통장 잔고도 12억원 정도는 돼야 하는데 7억원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주택법이 개정돼 '김부선법'이라고도 불리지만 정작 내가 사는 아파트는 이 감사를 받지 않았다"며 "회계기록이 삭제되거나 부실해 실효성이 없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입주자대표회의 의장 자격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김씨는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어디에 썼는지를 모든 주민들이 투명하게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널리 알릴 것"이라며 "우리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에서도 투명하게 회계기록을 공개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강제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업인 연기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앞으로도 관리비 비리 문제는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가장 필요한 것은 깨어 있는 주민 의식과 참여, 투명한 공개"라며 "용기 있는 김부선 같은 고발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어렸을 적 배운 공동체 의식 덕"이라며 "매일 바쁘고 피폐한 도시라도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주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