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장소·피해유형·농약 성분 등 여러 면 '닮은꼴'
경찰 농약상·주민 등 탐문수사…범인 실체 오리무중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9일 밤 경북 청송에서 농약 성분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지난해 '농약 사이다' 사건을 떠올렸다.

청송 '농약 소주' 사건은 지난해 7월 14일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사이다 사건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청송 사건 발생 장소는 마을회관이다.

또 사건 당시 다수 주민이 음식을 나눠 먹었다.

농약사이다 사건도 마을회관 냉장고에 든 사이다를 나눠 마신 할머니들이 피해자가 됐다.

사건 발생 전에 마을 주민이 자주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화투놀이를 했다는 점도 똑같다.

청송 사건 발생 당시 마을회관에는 모두 13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 가운데 방에 있던 8명 중 3명이 먼저 소주 1병을 나눠마셨다.

숨진 박모(63)씨와 중태에 빠진 허모(68)씨는 김치냉장고에 있던 소주 1병을 더 마시다가 변을 당했다.

상주 사건 때는 농약이 든 사이다를 나눠 마신 할머니 6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가 회복했다.

상주 사건은 사이다 속에 현재는 판매가 금지된 고독성 농약이 들어있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소주 속에서 상주 사건과 똑같은 성분의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다.

상주 사건에서 농약을 넣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주민 박모(83)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청송 농약소주 사건은 누가 저지른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만큼 상주 사건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장소, 피해 유형, 농약성분 등이 비슷해 상주 사이다 사건을 모방한 범죄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면에서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마을 주변 농약상이나 주민을 상대로 탐문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연합뉴스) 이강일 손대성 기자 leeki@yna.co.kr,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