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2곳 등 전국 46곳…편법 설립·귀족학교로 변질 우려

유령회사를 차려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한 뒤 교비를 빼돌리려던 학교 운영진이 8일 검찰에 적발돼 국내 외국인 학교 실태에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와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내국인을 위해 설립된 학교를 말한다.

영미권 학교를 포함해 화교 학교, 일본인학교 등 현재 서울에 22곳, 부산 5곳, 경기 7곳 등 전국에 총 46곳이 설립돼 있다.

설립 목적으로만 보면 외국인 자녀를 위한, 말 그대로 '외국인 학교'지만 오래전부터 부유층 자녀를 위한 '귀족학교'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실제 이번에 검찰 수사를 받은 서울 D학교도 전교생 약 650명 가운데 25%가량이 내국인이었으며, 수업료도 한해 3천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가 2008년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내걸고 외국인 학교의 입학자격, 설립요건 등을 대폭 완화해 편법 설립, 귀족학교로의 변질 우려 등이 더욱 커졌던 게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한다는 이유로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을 '해외거주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국내에서 학력인정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쳤다.

설립 주체도 이전까지는 외국인만 외국인학교를 세울 수 있었으나 비영리법인과 국내 학교법인도 학교를 세울 수 있게 했다.

학교 설립시 건물이나 부지 확보 기준 등도 완화했다.

이처럼 규제는 대폭 완화됐지만 이들 학교의 운영을 관리, 감독할 규정은 상대적으로 미비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D학교도 완화된 규제를 악용,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비영리법인을 세워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법령상 외국인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각종학교'로 분류돼 있고, 시도 교육감이 설립 인가, 지도 감독 등을 하게 돼 있다.

외국인학교의 입학자격, 설립요건, 내국인 비율 등을 정한 '외국인학교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도 별도로 제정돼 있다.

그러나 이는 설립 근거 등에 대한 형식적 규정일 뿐, 실제 이들 학교는 커리큘럼 자체부터가 국내와 전혀 다른 본국의 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국내 법령으로 지도할 권한이 사실상 없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내 의무교육 제도권 안에 포함된 학교가 아니다보니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수사 브리핑에서 "외국인학교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교육청 등에서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개입할 근거가 없는 거로 안다"고 설명했다.

D학교 측은 이날 홍보대행사를 통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학교는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정당성이 입증되고 혐의가 없음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학생들이 최상의 교육을 받도록 힘쓰고 있으며 학교는 이전과 같이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내국인 학생의 피해 여부 등을 살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김용래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