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 좁고 부족해…'자전거 로드킬'에 생존 위협
환경단체·지자체, '두꺼비 도로' 보완…강서습지는 여전히 방치

2일 타워팰리스가 보이는 양재천 영동4교 아래에서 굴착기 한 대가 논 옆에서 땅을 파고 있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이 논은 강남구청이 20년전 양재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면서 조성했다.

길이 100m, 폭 20m 정도로 구청은 해마다 이 논에서 농사를 짓는다.

논은 항상 물을 담고 있어 양재천 생태계에 중요한 습지 역할을 한다.

산 옆에 있는 이 논은 두꺼비의 산란지다.

두꺼비는 3월초 습지에서 산란할 때 외에는 습지 옆 산에 산다.

양재천은 습지와 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 두꺼비의 보금자리가 됐다.

논 주변에서는 이날 두꺼비 생태통로 추가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굴착기가 땅을 판 곳에 일꾼들은 콘크리트로 통로를 깔았다.

이번 주말 비가 내리면 다음 주 초부터 산에 있던 두꺼비들이 논으로 이동해 산란한다.

시기를 고려하면 공사는 4일까지 마쳐야 한다.

양재천 옆 산에 사는 두꺼비들은 3월초면 폭 4m의 자전거 도로를 건너 논으로 들어가 알을 낳고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해마다 알에서 부화한 두꺼비 개체수는 3천∼4천마리 정도다.

논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는 4월 말쯤 논을 나와 산으로 올라간다.

이때도 폭 4m 자전거 도로를 건너야 한다.

한때 양재천 자전거 도로는 두꺼비들에게 '죽음의 도로'였다.

2013년 강남구청이 논 옆 자전거 도로 아래 생태통로를 조성하기 전까지 수많은 두꺼비가 자전거에 치여 죽거나, 논까지 가지 못하고 도로에서 말라 죽었다.

생태통로는 논 옆 자전거도로 밑으로 100m에 걸쳐 10개가 있다.

산에서 내려온 두꺼비들은 배수로처럼 만들어진 유도로에서 폭 30m 정도인 통로 입구를 찾아 들어가야 한다.

운 좋게 입구 10곳 중 한 곳이라도 찾은 두꺼비들은 4m 길을 가로질러 반대편 출구로 나와 논으로 올라간다.

중앙대 그린리버연구단이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한 결과 통로 입구가 좁고 둔덕 경사가 가팔라 두꺼비들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산란을 마친 두꺼비들은 생태통로가 없는 영동4교 방향으로 넘어와 산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논이 끝나는 지점의 자전거도로 건너편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작은 습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정훈 강남구청 공원녹지과장은 "두꺼비들이 촉촉하게 젖은 곳을 찾아 작은 습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생태통로가 아닌 자전거도로를 건너야 해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린리버연구단과 강남구청은 두꺼비의 이동을 돕기 위해 영동4교 방향 논이 끝나는 지점에 산과 논을 잇는 생태통로 하나를 더 짓기로 했다.

새로운 생태통로는 폭 30cm, 높이 20cm 정도였던 출입구를 더 넓혔다.

유도로의 오르막 경사도 45도에서 30도로 조정했다.

두꺼비는 암컷이 수컷을 업고 이동하기 때문에 45도 경사는 장애물이나 마찬가지다.

연구단 김진홍 교수는 "일시적으로 많은 두꺼비가 올라가므로 생태통로가 아무래도 부족하다"며 "무리하게 자전거도로로 올라온 두꺼비는 로드킬을 당하거나 길을 못 찾아 말라 죽는다"고 말했다.

두꺼비는 생태계 사슬에서 조류나 포유류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다양한 하천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표종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장마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개체 수가 90%가량 감소해 시골에서조차 보기 어렵게 됐다.

서울에서는 탄천 하류와 강서습지에도 두꺼비 서식지가 있다.

강서습지는 생태통로가 없어 해마다 두꺼비 산란철에 '자전거 로드킬'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자전거 도로가 하천 둔치에 과다하게 설치되면 생물의 이동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며 "길 밑에 생태통로를 만들어 주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