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김포공항에서 비행교육업체 소속인 훈련용 경비행기가 추락해 기장과 교육생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김포공항의 훈련용 경비행기 운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찔한 김포공항…항공업계 "사고다발 훈련용경비행기 운항 전면 재검토해야"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훈련용 경비행기로 인해 더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감히 김포공항에서의 훈련용 경비행기 운항 금지 등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 경비행기의 대부분은 민간 영세업체의 조종사 양성용 훈련 경비행기들이다. 기량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훈련생들이 모는 경비행기가 수백 여명의 승객들을 태운 여객기 사이로 운항하고 있다는 의미다.

항공 선진국, 여객기 운항 공항에서 훈련용 경비행기 운항 엄격히 제한

항공 선진국에서는 훈련용 경비행기 운영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유럽의 경우에는 경비행기 운항을 완전 금지하거나 엄격한 제한사항을 두고 있는 것.

L.A.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는 훈련용 경비행기 운항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워싱턴 국제공항에서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또한 대형 공항 주변에 별도의 경비행기 활주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여객기와 경비행기 운항 시 일정 수준의 고도 차이를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여객기의 경우 대부분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속도도 빠르고, 높은 고도에서도 운항할 수 있지만, 훈련용 경비행기는 속도도 느리고 높은 고도에서의 운항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여객기 뒤에 생기는 와류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이착륙 시 항공기 간의 간격을 달리, 그리고 더 넓게 운영해야 한다.

현재 국내 공항에 적용하고 있는 고도와 속도 기준은 여객기와 훈련용 경비행기에 차별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지할만하다.

훈련용 경비행기 운항은 느는데 김포공항은 포화상태

국내 비행 교육 업체는 총 16곳으로 50여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김포공항에는 조종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설 훈련업체 8곳이 17대의 경비행기로 비행 교육을 하고 있다.

여기에 훈련하게 되면 경비행기 자격증을 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비행 경력을 쌓으면 사업용 또는 운송용 항공기 자격증까지 딸 수 있다. 조종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며 자격증을 따고자 하는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로 인해 훈련용 경비행기의 운항 횟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연평균 1만7292회였던 훈련용 경비행기의 운항횟수는 2014년 2만8017회로 훌쩍 늘었다.

문제는 김포공항도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현재 저비용항공사(LCC)의 지속적인 취항, 국제선 노선의 증가 등으로 인해 운항 피크 시간대인 오전 9시대만해도 2015년 기준으로 운항편수가 35회에 달한다. 즉 1.7분에 항공기가 한 대 꼴로 이착륙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시간당 평균 운항편수 또한 32회에 달한다.

항공안전 위해 김포공항 경비행기 운항 대안 찾아야

특히 대부분의 경비행기 운항이 훈련용 목적이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2월 김포공항에서의 경비행기 추락 이전에도 훈련용 경비행기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2013년 11월에는 경북 울진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해 교관과 훈련생 등 3명이 숨졌으며, 2014년 3월에도 영덕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해 교관이 숨지는 등 경비행기 사고는 현재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항공기 운항이 훨씬 많은 김포공항에서 훈련용 경비행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뒷수습을 하는 것보다는 미리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여객기가 적게 다니는 지방 공항으로 훈련업체를 이전시키거나 전용 훈련장을 건립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여객기가 붐비는 시간 대에 경비행기 운항을 제한한다거나,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공항 활용 등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김포공항의 경비행기 운항이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수백 명의 승객이 타고 있는 여객기와 채 숙련되지 않은 훈련용 경비행기가 함께 같은 곳에서 뜨고 내리는 상황은 아찔하다"며 "항공안전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김포공항에서의 훈련용 경비행기 운항을 금지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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