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대역배우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대역배우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찾아라! 맛있는 TV’ ‘출발! 비디오 여행’은 MBC의 주말 오전과 낮 시간대 장수 프로그램 3총사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 한 시즌을 넘기기도 어려운 방송가에서 이 프로그램들은 적게는 14년, 많게는 23년까지 꿋꿋이 버텨왔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방송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윗자리를 점령하곤 한다. ‘찾아라! 맛있는 TV’와 ‘출발! 비디오 여행’은 시청자들이 주말에 무엇을 먹고 즐길지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세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야기의 힘’이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일요일 오전 10시40분)는 2002년 첫 방송을 내보내 최근 700회를 넘기는 동안 평균 시청률 10%대(TNMS 수도권 기준)를 지켜왔다. 지난 14년간 시공을 초월한 미스터리한 현상과 사건, 역사적인 인물에 얽힌 비밀과 반전의 이야기 등을 3500여건이나 선보였다.

독전갈에 물려 숨진 신부가 마네킹이 됐다는 멕시코 괴담, 선정적인 보도를 일컫는 황색 저널리즘의 시초가 된 뉴욕 토막 살인사건의 전말, 링컨 미국 대통령과 비슷하게 최후를 마친 그의 반려견, 취임 33일 만에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독살설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철저하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진호 총괄PD는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들 덕분에 장수하고 있다”며 “매주 아이템, 시간과 전쟁을 벌이면서 내공이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찾아라! 맛있는 TV’(토요일 오전 11시)는 2001년 이후 15년간 세상의 모든 맛을 담아온 국내 최장수 음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평균 시청률 8%(TNMS 수도권 기준)대를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음식 6700여개와 각국 요리사 1471명을 소개했다. 같은 음식을 맛깔스럽게 즐기는 노하우를 전하고, 음식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한다. 자칫 음식점 광고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작진은 철저한 검증과 사전 조사를 거친다. 시청자 평가단이 뽑은 맛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음식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찾아가는 과정을 담거나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예능적인 요소를 결합해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령 배우 김호진은 햄버그스테이크 집을 방문해 직접 다진 고기를 뭉쳐 스테이크를 만든다. 홍성시장의 유명한 호떡집을 가던 홍진영은 지나가던 학생에게 “저기 호떡 정말 맛있느냐”며 현지 정보를 수집한다.

이종혁 총괄PD는 “다양한 음식 이야기에다 예능성을 강화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음식 버라이어티로 진화했다”며 “수많은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 속에서도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진행하는 서인(오른쪽)과 양승은 아나운서.
‘출발! 비디오 여행’을 진행하는 서인(오른쪽)과 양승은 아나운서.
‘출발! 비디오 여행’(일요일 낮 12시15분)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원조다. 1993년 처음 방송한 이래 28일 1124회를 맞는다. 초창기부터 ‘왜’ ‘결정적 장면’ ‘거들떠 보자’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흥미를 배가했다. 개그맨 김경식이 두 영화를 비교하는 ‘영화 대 영화’ 코너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코너는 모두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고 풍성하게 전달한다.

올해는 ‘영화소생술사’ ‘온(ON)영화’ ‘신(Scene) 세 개’ 등 새 코너를 선보였다. ‘영화소생술사’는 더빙 아티스트 유준호를 기용해 기존 영화를 비틀어 해석한다. 유준호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기존 영상에 자신만의 재해석을 담아 더빙을 하면서 주목받았다. ‘온 영화’는 저예산 또는 다양성 영화로 범위를 넓힌다. ‘신 세 개’는 중요한 3개의 장면을 통해 영화 미리 보기의 맛을 더한다. 프로그램이 장수하려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