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C형 간염,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C형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20년 정도 지나 30% 정도가 간경화로 진행하고, 그 중 절반은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감염 초기에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다.

자신이 감염자인 줄도 모르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병을 발견하려면 검사를 해야 하지만 일반 국민이 받는 건강검진에는 C형 간염 검사 항목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연이은 C형 간염 확산 사태가 잇따르자 의료계에서 C형간염 검사를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최문석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삼성서울병원 내과 교수)는 "복지부·질병관리본부의 요청을 받고 C형 간염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학회 차원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간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중 7위에 해당한다.

암으로 별도로 분류된 간암까지 합치면 그 순위는 더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만성 간질환이나 간암 대부분은 C형 또는 B형 간염이 원인이다.

C형간염은 만성 간질환·간암 환자의 15∼20%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과거에는 건강검진으로 C형간염을 발견해도 치료가 어려웠다.

'인터페론' 주사와 '리바비린'이라는 먹는 약을 함께 투여하는 기존 치료법은 완치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독성·부작용이 강해 고령자에게는 치료를 시도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C형간염은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고령 환자 비율도 높다.

다행스럽게 C형간염을 발견해도 이미 늦어서 손을 쓰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발견만 된다면 높은 확률로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치료 효과가 뛰어난 의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이런 의약품은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알약을 먹는 방식이어서 치료가 간편하고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적다.

1a형, 1b형, 2a형, 2b형 등 C형간염의 종류와 상관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12주 치료에 4만2천 달러(약 5천200만원·하보니)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약값이 거의 유일한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조만간 이 의약품의 '경제성 평가'를 거쳐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심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7월께 최종 건강보험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의약품이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환자들은 약값의 약 30%만 부담하면 된다.

이미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료제도 있다.

'다클린자'와 '순베프라'를 함께 사용하는 이 치료법은 24주 치료에 드는 비용이 200만원대로 다른 치료제보다 훨씬 저렴하다.

최근 일본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이 치료법이 99.3%의 완치율을 보였다.

단 이 치료제는 국내 C형간염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1b형 C형간염'만 치료할 수 있다.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치료에 소모되는 비용이 커지고 치료율도 떨어진다"며 "증상이 없을 때 되도록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C형간염 검사를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하는 데에 아직 소극적인 모습이다.

복지부는 환자 수가 많을 것, 효과적인 검진 방법이 있고 질병을 발견했을 때 치료 가능성이 있을 것 등 세계보건기구의 국가건강검진 항목 기준을 앞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는지, 그 비용은 합리적인지, 비용을 쓴 만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C형간염 외에도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검진 항목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에서 C형간염은 1천명 검사 대상자 중 감염자가 1명 정도로 적은 편이고, 치료 방법은 있지만 비용대비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다양한 의견을 더 들어야 할 단계"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