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이스(왼쪽)와 서맨사 자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아나이스(왼쪽)와 서맨사 자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안녕 서맨사. 난 아나이스야. 여긴 프랑스야. 얼마 전 네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입양 관련 영상을 통해 너도 입양된 걸 알았어. 생일과 출생지가 나와 똑같아. 귀찮게 굴어 미안하지만, 넌 어디에서 태어났어? 걱정 말고 연락 줘.”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 프랑스 가정에 입양돼 자란 디자이너 아나이스 보르디에는 2012년 12월 페이스북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상대방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미국 영화배우 겸 감독 서맨사 푸터먼. 자매는 이듬해 2월 2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축복을 받은 셈. 자매의 상봉은 그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페이스북이 10대 사건으로 선정했고, CNN 등은 화제의 뉴스로 전했다.

‘아나이스와 서맨사 자매’란 이름으로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된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에 담아 다음달 3일 국내 개봉한다. 홍보차 방한한 아나이스와 서맨사 자매를 24일 서울 왕십리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SNS가 우리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했어요. 어머니도 언젠가는 만나기를 기대합니다.”(서맨사)

영화에는 서로 처음 만나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서울로 뿌리찾기 여행에 나서는 과정을 담았다. 자매는 얼굴은 닮았지만 성격은 달랐다. 상처가 깊었던 아나이스는 내성적이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서맨사는 외향적이다.

서로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느낌이 어땠을까.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에 정말 흥분했어요.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곳으로 떠나는 기분이 들었죠. 아나이스를 처음 만났을 땐 이게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서맨사)

“마치 평행선에 있는 시공간의 소용돌이에서 튀어나온 나 자신을 본 듯싶었어요.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나를 따라 움직였지만 서맨사는 그렇지 않았거든요.”(아나이스)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등장하면서 바뀐 게 있을까. 서맨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며 “생명을 주신 부모님께 고맙다”고 했다. 아나이스는 “가족이 늘어나서 신난다”며 “우리가 성공적인 입양 사례가 돼 다른 입양 가족에게도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