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폐업·신설 반복하며 법인자금 나눠가진 정황 확인

수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 일당이 수사기관의 단속 등에 대비해 위장 법인을 설립해 매출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조희팔 조직은 2006년 10월께부터 티투, 벤스 등 금융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소위 'B법인'으로 티투주, 벤스밴 등을 설립해 관리했다.

B법인은 실제 매출액이 드러나지 않도록 매출금을 분산 입금해 교묘하게 빼돌리기 위한 위장 법인이다.

일종의 유령회사인 셈이다.

이는 금융 감독기관과 수사기관의 감시, 단속을 대비한 것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2004년 10월 대구에서 비엠씨라는 회사를 차려 사기행각을 시작한 조희팔은 회사명을 수시로 바꿔가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단속을 당하면 즉시 폐업하고 새 법인을 차리는 식이었다.

위장 법인까지 더하면 조희팔 일당이 대구, 인천, 부산 등지에서 차린 법인은 모두 25개 안팎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피해자들 돈인 법인자금 횡령도 수시로 이뤄졌다.

기존 법인을 폐업하고 해당 법인을 승계하는 신설 법인을 만드는 과정에 거액의 돈이 빼돌려졌다.

조희팔과 조씨 조직의 2인자 강태용(55·구속)은 종전 법인 계좌의 자금을 승계 법인에 인계하지 않고 분배해 가로챘다.

두 사람이 공모해 수시로 법인 자금을 횡령한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검거돼 두달여 만에 국내로 압송된 강태용이 업무상 보관하던 피해자들 소유의 자금을 횡령한 금액만 200억원대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는 전체 횡령 규모로 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단체는 조희팔 일당이 범죄 수익금 가운데 1조원 이상을 숨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희팔은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 10월부터 4년여 동안 투자자 2만9천200여명을 모아 2조7천982억원을 가로챈 뒤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했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