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4기 유방암 환자 평균 생존기간은 3년…2000년대 초반의 2배
암이 다른 곳으로 번진 4기 유방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3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형곤 서울대병원 교수(사진)팀이 1998~2010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 547명을 분석한 결과다.

전이는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 이외 다른 몸속 장기로 이동해 자라는 현상이다. 통상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면 완치가 불가능한 4기 암으로 정의한다. 13년 동안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분석했더니 환자 생존기간은 점차 길어졌다. 2000년대 초 전이성 유방암에 걸린 환자 생존 기간은 19개월이었지만 2000년대 중반 환자는 2년 이상 생존했다. 2000년대 말 환자는 생존기간이 39개월로 2000년대 초반보다 2배 이상 오래 살았다. 연구팀은 유방암 치료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신약이 널리 보급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오랫동안 생존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특성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방암을 진단했을 때 발병기간, 암의 증식 규모 등을 토대로 생존 기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암이 재발할 때까지의 기간, 암이 어디로 전이됐는지, 증상이 있는지 등도 암이 전이된 뒤 생존 기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 교수팀은 이를 토대로 암이 전이된 뒤 생존기간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예측 모델로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단국대병원, 경상대병원 등 국내 여러 기관에서 치료받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분석했더니 예측된 수치와 환자 생존 기간이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

문 교수는 “이 예측 모델을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장기 생존이 가능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하는 것은 물론 생존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적극적인 치료를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본인의 치료에 대해 주도적인 판단을 하도록 도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립암센터 암정복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간하는 국제 암학술지(Annals of Oncology) 온라인판 1월호에 게재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