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비타민 C 보충제, 암 예방에 도움 안 돼…음식 통해 섭취해야"
음식이 아니라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은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정책학과 교수(사진)가 오승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연구한 결과다.

명 교수팀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비타민C 보충제와 암 예방 관련성을 조사한 7편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 엠베이스(EMBASE) 등에 실린 데이터가 활용됐다. 분석한 임상연구 대상자는 총 6만2619명이다.

그 결과 비타민 보충제를 통해 비타민C를 복용한 군과 위약(僞藥)을 복용한 군 사이에 암 발생률이나 암 사망률에 차이가 없었다. 비타민C 보충제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나 다른 보충제와 함께 투여할 때나 모두 마찬가지로 암 예방과 관련이 없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교수팀은 비타민C 용량, 복용기간, 연구의 질적 수준, 암 발생률, 암 사망률, 성별, 흡연 유무, 국가, 암종별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 책임저자인 명 교수는 “천연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음식이 아니라 보충제 형태로 비타민C를 복용할 때는 임상시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종합적인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은 세포를 망가뜨려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과일 등 음식에 든 비타민C는 활성산소종이 세포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아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적 구조가 같은 물질을 섭취하더라도 음식이냐 보충제 형태냐에 따라 효과가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각에서는 비타민C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바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명 교수는 “한국영양학회의 하루 비타민C 섭취 기준은 100㎎인데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성인 남자는 평균 104㎎, 여자는 109㎎의 비타민C를 음식을 통해 먹고 있다”며 “음식을 통해 비타민C 섭취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비타민 보충제의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오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 식생활을 분석해 한국인은 매일 먹는 음식만으로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의 98.7%를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비싼 비용을 내면서 각종 비타민C 제품을 사서 보충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도한 비타민 섭취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덴마크 코펜하겐대병원 연구팀은 합성 비타민제가 사망 위험을 높이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비타민 쇼크’, ‘코펜하겐 쇼크’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2015년 11월호에 게재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