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콘텐츠 리더를 만나다 ①서유정 서울동작중학교 교사
▲ 점을 연결해 선을 만들어 단어로 완성시킨 아이들의 꿈.

2016년 올해부터 중등교육과정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바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 앞서 2013년, 42개교의 중학교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돼 시범 운영을 했다. 서울 동작구 동작동에 위치한 동작중학교가 이에 속한다. 동작중학교는 2013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에서 시작해 올해 자유학기제 4년차를 맞이하는 자유학기제 베테랑 학교인 셈이다.

이곳에 다양한 교과융합 수업으로 학생들의 전인적 인성교육을 강조하며,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교사가 있다. 바로 서유정 연구부장 교사다. 수학 교과를 책임지고 있는 서유정 교사는 수학 수업을 'Math-Story'란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그런 서유정 선생님을 만나 자유학기제와 교과융합수업, 그리고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생각을 나누었다.




-올해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됩니다. 3년 동안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진행하셨는데, 어떠셨나요?
많은 선생님들이 고생하셨어요. 처음엔 교사들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시작했어요. 저희들도 자유학기제에 생소한 것은 마찬가지였거든요. 하지만 즐겁게 가르치는 만큼 아이들도 행복해 했어요. 3년 동안 희로애락을 모두 느낀 것 같아요. 우리학교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라 생각해요.




-자유학기제 정책이 이상적으로는 훌륭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의견도 있어요.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도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완벽한 정책이라도 사람이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정책이 되어버리고 말죠. 정책을 단순히 밀어내는 것보단 비전을 제시하는 것. 또 이상적으로 훌륭하다면 진심을 다 할 것. 그 점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자유학기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용기'를 키워드로 말하고 싶어요. 수업시간에 놀 수 있는 용기, 행복해질 수 있는 용기 등 말예요. 자유학기를 시행하기 전에는 교사도 용기를 낼 수가 없었어요. 기본적인 수업 시수에 맞춰 교과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까요.




-수업시간에 놀 수 있는 용기란 말이 궁금합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는 참 중요해요. 수학시간이 놀이로 가득하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배움에는 즐거움이 있어야 해요. 그 즐거움은 수업시간의 몰입으로, 집중력을 가지게 되죠. 목적이 있는 놀이인 셈이에요.




-자유학기제 수업은 평소의 수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어떻게 쓰지?" 20년 넘게 수학 교사로 교단에 서면서 가장 많이 한 고민이에요. 그간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교사는 칠판을 두고 강의만 하고, 아이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수업에 길들여져 있었죠. 저 또한 그랬어요. 그랬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수업이 달라져야 교육이 바뀐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즐거운 수업시간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나온 결론이 다양한 교과융합 수업, 활동 중심 수업, 학생참여형 수업이에요.




-예로 어떤 수업이 있을까요?
수학과 진로를 연계해 교과융합 수업을 할 수 있어요. 중학교 기하 부분은 무수히 많은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면이 되고, 면이 모여서 입체도형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데, 점이 모여서 선이 된다는 내용은 수학 교사에 따라서 언급조차 안하고 지나가기도 해요. '인생(꿈) : 하루 = 선(입체도형) : 점'으로 학습 목표를 두고 점 스티커로 자신의 이름과 자래희망을 붙이고 발표해요. 점·선·면에 대한 개념과 꿈을 이루는 과정의 중요성을 함께 배울 수 있죠.




-세계 트렌드인 '혁신과 융합'이 있는 교실이 되었네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수학 시간을 즐거워한다는 거예요. 수학이란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하다 말하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해요. 학생들 간에 의사소통도 풍부해졌어요.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자기표현식 활동을 하자, 친구들과 경쟁하는 대신 친구들을 도와주는 학생들도 늘어났고요. 또한 각기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도 됐어요.




-아이들의 삶과 인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쉽게 우울함을 느끼며 죽음도 생각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평면도형을 이용한 연날리기 수업에서 그 아이가 연을 직접 만들고, 날리며 '야! 나, 난다! 날아! 진짜 난다! 아, 행복해!'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았을 땐,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행복은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까요? 살면서 행복한 일이 많을 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요? 그저 작은 종이연 하나로도 알 수 있는 행복을 왜 그동안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는지… 전 이 수업으로 모든 고민이 사라졌어요. 수업을 통해 한 아이의 삶을 긍적적으로 바꾼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에 대한 수업이 아닐까요. 이 수업은 다른 아이들도 최고의 수업으로 꼽았어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콘텐츠 리더를 만나다 ①서유정 서울동작중학교 교사
▲ 자신이 만든 연을 날리며 신기해 하는 아이들.


-자유학기제 시수에는 진로·직업에 관한 교육 시간이 많아요.
요즘 직업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그만큼 직업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직업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러나 진로연계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에게 직업이란 아직도 먼 이야기라는 것이에요. 아이들에겐 10~20년 뒤의 일인데, 그때는 없어질 직업도 많아요. 미래를 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게 되는 거죠. 또한 현재 자유학기를 경험하는 아이들은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살아요. 직업 자체를 평균 3~4개를 갖게 된다고들 하죠. 예로 판사를 퇴직하고 작가로 활동하다가 문화재해설사를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서로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하는 거죠.




-그렇다면 미래 세대 아이들을 위해 어떤 교육 목표로 둬야 할까요?
맞아요. 현재가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시대라 하면, 미래에는 새로운 상황에서 빨리 적응하는 학습 능력과 다른 종류의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역량을 창출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일에 적성이 있고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깨달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요. 구체적 직업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파악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꿈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키워 나가는 것이니까요. 또한 그 전에 스스로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직업의 목적보단 그 직업과 진로를 선택한 아이의 성향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의 성향은 진로교육활동에서 알 수 있지 않나요?
물론 진로·직업교육을 하면서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나타나게 되죠.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모둠활동을 할 때 적극적으로 임하고, 뛰어난 능력이 보여요. 개인활동을 할 때 빛을 발하는 학생들도 있죠. 아이들마다 수학시험을 못 본 이유도 다 달라요.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니까요.




-아이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교육적으로 꼭 필요하겠네요.
물론이죠. 교사와 학생으로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과 과정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도 부족하죠. 진로·직업과의 연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자신에 대해서 잘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학업은 공부하는 것이지만, 자아는 공부만으론 알 수 없잖아요.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습득하고 깨달으면서 알게 되는 건데… 자신을 모른다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몰라요.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분야가 다 달라요. 계산, 응용, 원리 등 다 다르죠.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를 마주했을 때 자기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자신을 모른다는 것만큼 슬픈 것이 있을까요?




-자유학기제의 목표가 시험을 보는 대신 아이들에게 꿈과 끼를 선물한다는 것이라 하죠.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으세요?
스펙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학기제는 소중한 것을 가르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을 잠깐 미뤄두고 소중한 것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움이자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정수희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jsr13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