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간 스마트폰으로 '수학자 일화' 찾아 단막극 대본 쓰기
영어로 쓴 '빵 레시피'로 샌드위치 만들어 친구들과 한입씩

내가 다니는 중학교는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라는 걸 시작했다.

1학년 1학기∼2학년 1학기 중 한 학기를 골라 학기 내내 시험을 안 보고 대신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오늘 첫 수업은 수학이다.

선생님은 문제 풀이를 시작하는 대신 친구들 5명씩 짝을 지어 모둠을 만들어주셨다.

우리는 칠판을 보고 앉는 대신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모둠별로 모여 앉았다.

수학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찾는 게 오늘 수업할 내용이란다.

이게 뭐지? 먼저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라고 했다.

에라토스테네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이런 이름들이 나온다.

이제 휴대전화를 꺼내 이들 수학자의 일화를 좀 더 자세히 찾아보기로 했다.

선생님의 휴대전화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을 연결하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니….
우리 조는 막대기 하나로 지구둘레를 계산한 에라토스테네스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에라토스테네스의 일화를 토대로 한 짧은 단막극 대본을 쓰는 일이다.

지난 국어 시간에 배웠던 연극의 3요소와 극본이란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사실 국어 시간에 연극의 3요소를 배운 것은 오늘 수학 수업을 위한 것이었다.

이게 융합수업이라는 건가.

국어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떠올리며 마치 드라마 작가가 된 것처럼 대본을 썼다.

5분 길이의 짧은 대본이지만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상상력을 발휘하며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수학시간에는 친구들의 눈빛이 모두 초롱초롱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졸거나 딴 짓을 했을 철수도 오늘은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오늘 만든 대본으로는 다음 수학 시간에 실제 연극을 해서 발표를 해야 한다.

발표 장면은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공유도 할 계획이다.

다음은 영어 시간이다.

오늘 배울 과의 제목은 '세계의 빵'(Bread from Around the world)이다.

요리와 도구, 계량에 관한 단어를 배웠다.

스프레드(spread), 프라이(fry), 보일(boil) 같은 동사도 배우고 치즈를 셀 때는 '슬라이스'(slice)를 쓰는 것을 알았다.

배운 어휘를 이용해 이번에는 직접 빵요리 영어 레시피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 조가 선택한 빵요리는 샌드위치다.

오늘 영어 수업을 앞두고 미리 지난번 가정 시간에 여러 세계의 빵 요리를 배웠는데 그 중 샌드위치가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간단한 문장인데도 직접 영어로 써보려니 쉽지가 않았지만 친구들과 의논해 레시피를 완성했다.

이제 완성된 레시피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레시피 포스터를 만들 차례다.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 그림을 그리고 요리 순서를 그림 옆에 적어 넣으면 된다.

지루할 틈도 없이 영어 시간이 끝나고 이제 가정 수업이다.

앞 시간에 만든 영어 레시피를 보고 직접 우리가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하나하나 조리를 할 때마다 아까 배운 영어 단어를 다시 외워본다.

친구들과 함께하니 수업 시간이 즐거웠다.

물론 만든 샌드위치는 금방 먹어치웠다.

다음 영어 시간에 빵요리의 영양소를 분석하고 요리 방법을 포함한 미니북을 만드는 것으로 영어와 가정 융합수업이었던 빵요리 수업은 끝난다고 한다.

평가도 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 스스로를 평가하고 친구들도 나를 평가한다.

나는 포스터 만들 때 그림을 예쁘게 그렸으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오후에는 수업 대신 교과활동과 연계한 체험 활동 시간이다.

동아리가 30개나 있는데 이 중에 뭘 할지 고민이다.

아니면 여러 체험처에서 하는 진로체험을 해볼까.

학교에서 하는 스포츠 클럽도 있고 패션디자인, 녹색학교 만들기, 영상스토리 창작, 미니컴퍼니 경영 등 다양한 주제활동을 할 수도 있다.

마침 오늘 빵 요리도 배웠으니 관심 있던 요리실습 주제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조리기구가 갖춰진 가사실에 가니 현직 요리사인 강사님께서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시고 간단한 요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현직에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만들어보니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은 길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즐거운 하루가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다.

하굣길 학원 앞에는 「자유학기제, 남보다 앞서 나갈 기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험을 안보는 이때 학원을 열심히 다녀야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엄마도 불안하신지 "지금 더 공부를 해둬야 자유학기제가 끝난 뒤에 뒤처지지 않는다"라며 학원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자유학기제가 시작하기 전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2013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시범 도입했던 한 중학교에서는 선배들이 특목고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면접에서 자유학기제 활동 경험을 설명한 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한다.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자신의 적성도 잘 알게 돼서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늘었다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좌우간 학교에 가는 게 예전보다 더 즐거워지긴 했다.

<※이 기사는 올해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시범 운영기간 진행됐던 실제 교과별 수업 사례와 학생들의 소감, 시범 운영학교의 졸업생 진학 현황 등을 토대로 자유학기제 수업 풍경을 1인칭 시점으로 미리 그려본 것입니다.

참고: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 교과별 수업 및 평가 사례집(영어, 수학)>


(세종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