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손때 묻은 구두들 못 본다니 아쉬워"
경상북도청 이전 환송식이 열린 대구 산격동 청사. 이날 도청 이전을 남다르게 가슴 아파하며 환송식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지난 26년간 도청 직원들의 구두를 밝게 빛내온 김길호 씨(57·사진 왼쪽)와 김동옥 씨(67·오른쪽). 직원들은 이들을 한 가족처럼 대해 ‘광택부장’과 ‘본부장’, 구둣방은 ‘광택연구소’로 불렀다.

이들이 구둣방에 들어온 것은 1990년. 7명의 도지사가 바뀐 긴 세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무원을 상대로 구두를 닦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 같던 공무원들과도 이별해야 한다. 그동안 도청 건물 외벽에 임대료 없이 9㎡짜리 ‘연구소’를 운영해왔지만 경상북도가 청사를 안동으로 옮기며 공유재산(구둣방) 운영자를 입찰로 모집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우리도 따라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입찰금을 내고는 도저히 운영이 어려워 입찰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떼돈을 버는 것 같지만 수거와 광택을 나눠 하루 7시간 꼬박 일해도 140켤레 이상을 못 닦는다. 각자 월 100만~250만원을 벌었지만 김 부장은 아직 ‘내 집’이 없다. 생계대책이 막막하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직원들을 걱정했다. “그래도 내 손길이 가야 하는데, 수선은 잘 될지, 요금도 오를 텐데….”

“김관용 지사는 10년 동안 3500켤레를 닦았네요. 이의근 지사(작고)의 사모님은 지나다 꼭 들러 과일이나 음료수, 돈도 주고 갔죠. 말단으로 들어와 군수가 된 분들은 도청회의 때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앞일이 캄캄하지만 두 사람은 도청을 원망하지 않았다. “26년간 여기만 나오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분들을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공무원들이 떠난 황량한 산격동 청사를 보는 두 사람은 눈물을 감추려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의 손때 묻은 구두 사이로 26년 고락을 함께한 직원들의 얼굴이 구름과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경상북도는 이날 환송식에서 두 사람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