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인 이사장, "방폐물 관리, 국민걱정 덜고 미래세대 위해 만전(萬全)"

"완벽한 방폐물 관리는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의무입니다."



이종인(사진) 이사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음을 느꼈다. 평소 최신 유행어를 곧잘 섞어가며 대화를 이끌어가던 유머러스한 모습만 기억하던 기자다. 순간 손에 땀이 찼다. 방폐장의 역할을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 이 이사장이 진지했기 때문.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을 관리해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기관이다. 완벽한 방폐물 관리가 미래세대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믿음과 소신은 어쩌면 방폐물을 관리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가져야 하는 당연한 마음일 터.



그의 특유의 익살과 유머가 돌아온 것은 자연스레 아이들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쯤이다. 그가 "몽당연필 아시죠?"라며 가볍게 물었다. "어렸을 때는 저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이 알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요즘 몽당연필을 아이들에게 전도하고 있습니다."?(하하)



이 이사장은 몽당연필(?夢當緣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몽당연필은 항상 인연을 필연으로 여기며 당당하게 꾼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재능기부 강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도 분명했다. "이런 노력이 자꾸 쌓이다 보면 국민께서 코라드를 믿어 주고 응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코라드를 통해 방폐물 처분시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와 IAEA에서도 우수 사례로 인정하고 세계터널공학회에서도 가장 우수한 사례로 인정한다. 이처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이제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공론화와 연구개발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을 만나 올해의 경영목표와 방폐물관리에 대한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공단은 설립이후 처음으로 정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5년을 평가해 주신다면?



-지난해 코라드는 중저준위 방폐물 1단계 처분시설 준공식과 함께 국내 최초로 방폐물 처분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서해안에 위치한 한빛(영광)원전의 방폐물과 대전의 RI폐기물을 경주로 안전하게 운반해옴에 따라 육·해상 경로 전반에 대한 안전성도 입증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사옥 신축을 시작했고, 정부경영평가를 포함한 외부 평가에서도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한 해였습니다.
모두가 지난 30여년 동안 방폐물관리사업을 위해 헌신해 온 많은 선배들의 노력과 코라드 임직원들의 땀이 맺은 결실이라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각오와 다짐으로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10대 경영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이신지요?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공단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올해 코라드가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들을 모두 담았습니다. 원전과 비원전 방폐물의 인수와 처분, 2단계 표층처분시설 건설 착수, 사용후핵연료 관리 시행계획 수립, 코라드만의 고유한 조직문화 확산, 종합청렴도 2등급 유지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전담기관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경주 방폐장의 방폐물 반입량은 얼마나 되는지요?



-올해는 원전 방폐물은 6,000드럼, 비원전 방폐물은 1,233드럼 등 총 7,233드럼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방폐장에서 인수해둔 방폐물 중 7,800드럼을 지하처분시설에 처분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방폐장을 준공하고 처분까지 하여 방폐장 본격 운영시기로 접어들었으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안전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계발하고 있으므로 국민들께서 중저준위 방폐물 관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편리하게 이용한 우리 세대가 당연히 처리해야 하는 책무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1965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핀란드는 지난해 말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에 대한 건설승인까지 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당장 2019년부터 월성원전의 임시저장시설부터 포화가 시작됩니다. 불편하고 어려운 결정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 어른들이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부담을 미루는 결과가 됩니다. 코라드는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정책방향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정책에 대한 시행계획을 차근차근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중저준위 방폐장의 성공은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 추진에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이 되는데요?



-경주 방폐장의 성공은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국민적 소통, 법적 근거마련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방폐장 부지선정과 건설을 추진하면서 쌓은 많은 경험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 추진과정에서 국민의 이해와 수용성을 확보하는데 큰 자산이 되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은 기술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국제기구인 IAEA에 직원을 파견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분분야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인 스웨덴, 미국 등 방폐물사업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확보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폐장이 국가적, 지역적, 그리고 원전 산업면에서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요?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폐물의 보관이 원전내에서는 포화에 이르렀는데 이를 방폐장에서 안전하게 처분·관리하게 됨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공급 기반이 확보되었다는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방폐장은 산업체, 의료기관, 연구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동위원소폐기물도 처분하게 되어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방폐장은 지역공동체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해외 방폐장들은 20∼30년 이상 안전하게 운영해 오면서 인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코라드는 방폐장의 명소화를 통해 경주의 다양한 문화, 역사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폐장 인근 주민들과 일자리를 나누고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소통해 나갈 것입니다.



▲경주 방폐장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단 계획도 있었는데요,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요?



-방폐장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경주의 문화, 자연에 에너지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관련기관들이 힘을 합치고, 전문가들의 자문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방폐장 내에 위치한 코라디움을 명소로 만들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몽당연필(蒙當然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재능기부 강연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국민들께서 코라드를 믿어 주시고 응원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임사이구(臨事而懼)의 각오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씀 하셨는데요. 새해 덕담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임사구이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꼼꼼하게 살펴서 일을 도모하자는 뜻인데, 병신년(丙申年) 원숭이의 해를 맞아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와 코라드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하나하나 착실히 실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민과 미래세대가 함께 사용할 자연을 보호하는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여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의 가정과 직장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코라드에도 많은 성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방폐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떠한 인식을 가져주셨으면 하는지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병원의 치료, 공장의 비파괴검사, 연구소의 연구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국민 모두의 생활편의를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곳이 방폐장입니다.
방폐장은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코라드는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입니다. 지역사회, 학계와 함께 항상 정보를 공유하면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지혜를 모아 나가겠습니다.





양세훈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twonews@asiae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