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해 지인 집에 얹혀살며 딸 학대…작은딸은 '방임'

부부 불화로 말미암은 가족 해체가 결국 참극을 불렀다.

박모(42·여)씨는 큰딸이 실종되고 작은딸은 초등학교에도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큰딸의 행방을 놓고 횡설수설하던 그는 결국 5년 전에 딸을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유기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부천에서 초등생 아들 살해 후 시신 냉동 보관한 사건, 목사 부부가 여중생 딸을 살해해 미라 상태로 유기한 사건에 이어 올 들어서만 부모가 자식을 죽게한 세 번째 범죄다.

이번 사건은 교육부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지난달 박 씨를 구속한 경남지방경찰청과 고성경찰서는 큰딸 행방을 모른다는 박 씨로부터 큰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시신 유기를 도운 박 씨 지인 백모(42·여)·이모(45·여)씨도 구속하고 이씨 언니(50·여)를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에게는 시신 유기죄 등이 적용됐다.

박 씨 범행은 2009년 1월 남편과 불화로 당시 5살과 2살 된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오면서 시작됐다.

박 씨는 "남편이 집을 자주 비우는 등 가정에 소홀했다"고 가출 이유를 경찰에 진술했다.

남편과는 2010년에 이혼했다.

이후 박 씨는 시신 유기를 도운 이 씨의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에 얹혀살면서 큰딸을 학대했다.

이 씨 아파트엔 박 씨 대학동기인 백 씨가 먼저 들어와 살고 있었다.

박 씨는 2011년 10월 26일께 당시 7살인 큰딸이 이 씨 아파트 가구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감금하고 회초리로 30분간 폭행했다.

그는 다음날 오전에는 아이를 테이프로 의자에 묶어 놓고 다시 폭행한 뒤 그대로 출근해버렸다.

이날 오후 이 씨로부터 "아이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집에 들어와 확인해보니 딸이 숨져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 씨는 평소 큰딸에게 밥도 하루 한 끼밖에 주지 않는 등 학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가출해 얹혀살던 집주인 눈치를 보면서 딸에 대한 폭행 수위도 높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큰딸 학대에는 이 씨와 백 씨도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박 씨에게 '아이를 잡으려면 제대로 잡아라'며 다그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 씨가 이를 의식해 딸을 의자에 묶었고 큰딸은 숨질 때까지 의자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학습지 교사와 학부모로 만나 알게 된 이 씨와 백 씨는 박 씨 딸이 숨지자 자신들의 학대사실을 숨기려고 시신 유기에 가담했다.

세 사람은 유기 장소를 찾으려고 아이 시신을 사흘간 차량에 싣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 씨 큰딸을 경기도 광주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암매장했다는 한 야산을 정밀수색 중이다.

부부 불화에 따른 이혼과 지인 집 더부살이 끝에 큰딸을 학대하고 결국 살해한 박 씨는 작은딸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방임했다.

큰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박 씨는 작은딸만 데리고 2015년 충남 천안시로 내려갔다.

그는 찜질방 등에서 일하다 찜질방 주인 소개로 막걸리 공장에 취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박 씨는 작은딸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생활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빚까지 졌다.

박 씨가 '자폐증상이 있다'고 진술한 작은딸은 학교에 보내지 않아 또래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아이들 아버지가 찾아올까 두렵고 빚 독촉을 받는 상태에서 신분이 노출될까 봐 작은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작은딸은 현재 아동보호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부부 불화로 시작된 가족 해체와 생활고를 겪은 40대 주부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이 어린 자녀의 생명과 영혼을 빼앗는 참극으로 결론나고 말았다.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