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외에 일회용 키트 재사용 가능성도 제기돼

100명이 넘는 C형간염 감염자가 발생한 강원도 원주시의 한 의원에 대해 방역당국이 주사 처방 이력까지 폭넓게 확인하기로 했다.

해당 의료기관이 지난해 5월 폐업해 역학조사에 필요한 환경 자료 등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15일 현재 강원도 원주시보건소는 'C형간염 역학조사 비상 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주사시술을 받은 927명에 대해 우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원주시의 '한양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한 환자 100여명이 C형간염에 무더기로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의원을 다녔던 환자 115명이 C형간염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 101명은 치료가 필요한 'RNA(리보핵산) 양성'으로 확인됐다.

감염된 환자들은 모두 자가혈 주사시술(PRP) 시술을 받았는데, 이 시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후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먼저 PRP 시술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주사를 맞았거나 다른 시술을 한 이들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주사 처방이나 다른 시술에서도 (감염자가) 나오면 PRP 보다는 주사기(재사용 문제)가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해당 의원에서 주사 처방이나 봉합 등 시술 이력이 있는 내원자를 분석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 대상자를 확보해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원주시보건소는 "PRP 대상자를 먼저 검사 중이며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았거나 시술받은 이들까지 문의전화가 오면 방문 검사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일회용 주사기가 아니라 원심 분리 과정에 사용되는 혈액 튜브 이른바, PRP 키트를 재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당 의원에서 근무한 종사자에게서 원심 분리기에 혈액이 묻어있는 경우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혈액이 오염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전파될 위험은 낮다"며 "감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주입된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당 의원의 원장 A(59)씨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일회용 주사기나 키트 등을 재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