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때 남성이 집 준비' 의식 낮아
여성가족부 '3차 가족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부부 세 쌍 중 두 쌍은 하루에 한 시간도 대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5년간 남녀 간 양성평등 인식은 개선됐지만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부모, 부부, 미혼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구의 증가도 괄목할만하다.

여성가족부는 통계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제3차 가족실태조사'를 4일 발표했다.

이번 제3차 가족실태조사는 2010년 실시된 2차 조사에 이어 5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작년 3월 17일부터 3월 30일까지 전국 5천18가구의 만 12세 이상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점점 멀어지는 '그대'…소통 부족 韓 부부

이번 가족실태조사 응답자 중 65.4%가 배우자와 하루 동안 의사소통하는 시간을 '1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2차 조사 때는 57.4%였다.

대화가 '전혀 없다'나 '30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도 30.9%에 달해 2010년 17.5%보다 크게 늘어났다.

5년 전보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56.9%에서 51.2%로 줄었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배우자를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의 56%가 배우자와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는 46.2%에 불과했다.

여성이 만족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5년 전부터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1년간 부부갈등으로 이혼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18.7%로 높게 나타났다.

남성(15.1%)보다 여성(22.6%)이, 홑벌이 가족(16.4%)보다 맞벌이 가족(20.6%)이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간 갈등에 대한 대응방법은 '그냥 참는다'(45.9%)가 절반에 육박했다.

'배우자와 대화로 해결한다'는 28.7%에 불과했고, '혼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도 9.7%로 집계됐다.

조사를 진행한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서로 바빠 얼굴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부부간 대화 시간도 따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 만족도는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생기거나 자녀 문제 등 부부 간 갈등이 심해지면 대화도 줄고, 만족도도 낮아지는 경향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양성평등 인식은 개선…현실은 '글쎄'

여성가족부는 실태조사에서 5년 전보다 양성평등적 방향으로 의식 개선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먼저 부모부양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남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과 달리 '아들·딸 구분 없이 나이든 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은 평균점수가 2.6점에서 3.7점으로 크게 올랐다.

특히 함께 돌봐야 한다고 답한 20대의 비율은 70.2%에 달했다.

'신랑은 신혼집을 마련하고, 신부는 혼수를 준비해야 한다'에 대해 동의한 20대 비율은 19.7%로 각 세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에 동의한 60대 비율은 41.8%에 달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인식에 동의한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낮게 나타났다"며 "여성의 경제력 신장에 따라 결혼의 경제적 부담을 남녀가 함께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조사가 진행됐던 2010년에 비해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율도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다.

특히 식사 준비와 설거지 참여율은 5년 전에 비해 각각 16.3%p, 16%p 올랐다.

그러나 민주적이고 성평등적으로 의식 개선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남성의 가사 참여비율이 높아졌지만 실제 가사를 분담하는 시간은 증가하지 않았다"며 "남성들이 부엌에 들어가는 횟수는 늘었지만 밥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적으로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 분담구조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 자녀 양육 부담에 3세대 가구 늘어

이번 조사에서는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변화도 드러났다.

세대 구성을 볼 때 응답가구 중 2세대 가족이 56.4%로 가장 많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율도 두드러졌다.

지난 2010년 15.8%였던 비율은 5년 만에 21.3%로 급증했다.

특히 조부모와 부부, 미혼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족 비율도 3.1%로 집계돼 2010년(1%)에 비해 3배 증가한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김 연구위원은 3세대 가족 비율의 증가 원인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미혼 자녀가 영유아인 경우 맞벌이 부모의 자녀 양육을 위해 조부모가 함께 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20대 후반 캥거루족 미혼자녀가 느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맞벌이 가구는 전체의 47.5%를 차지하는 등 늘어나는 추세다.

주말부부는 같은 기간 1.7%에서 5%로 큰 상승폭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