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영화 보고 폭발물 의심 물체 제작…조울증 치료도 받아"
경찰 "대학원 음악학과 출신·자녀 둔 기혼자"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30대 남성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학원을 나온 음악 전공자로 무직 상태인 이 남성은 "취업이 안 돼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이날 오후 폭발성물건파열 예비음모 및 특수협박 혐의로 A(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6분께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화장실 첫 번째 좌변기 칸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쇼핑백에 담은 폭발물 의심 물체를 화장실에 설치한 뒤 2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와 자택이 있는 서울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집 근처 PC방에서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찾아 읽었다.

다음날에는 지방에 있는 처가에 내려갔다가 이틀 만에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에서 "서울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갔고 평소 영화에서 본 것을 토대로 폭발물 의심 물체를 제조했다"며 "혼자 범행했고 폭발 등 테러 목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취업이 안 돼 돈이 궁했고 짜증이 났다"며 "집에서 부탄가스 등을 이용해 폭발물 의심 물체를 만들었고 인천공항 화장실에 설치했다"고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A씨는 2003년 조울증 치료를 받았는데 1년 전부터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화과자 상자 겉 부분에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짜리 생수병 1개를 테이프로 붙였다.

경찰이 종이상자를 해체했을 당시 기타 줄 3개,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가 담겨 있었다.

또 브로콜리, 양배추, 바나나껍질을 비롯해 메모지 1장도 발견됐다.

메모지에는 "이것이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라는 글자가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손으로 쓴 글씨가 아닌 컴퓨터로 출력한 A4용지 절반 크기였다.

A씨는 전과가 없으며 아랍권 국가를 드나든 기록도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A씨는 범행 다음 날인 1월 30일 새벽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천공항 관련 기사와 함께 '공항보안 왜 이렇게 허술하냐'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에는 SNS에 아랍어 교재를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일반대학원 음악학과를 졸업한 A씨는 몇 년 전 결혼해 갓 태어난 자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가끔 병원에서 환자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경찰은 인천공항 1층 CCTV 84대를 분석해 묵직한 쇼핑백 들고 화장실에 들어간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구로구 주거지에서 범행 닷새 만에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에는 사건 발생 현장인 인천공항 남자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한다.

경찰은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테러 단체와의 연관성 등을 추가로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권숙희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