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신고 고민…"기도하면 살아날 줄 믿었다" 신빙성 낮아

목사 아버지는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왜 11개월 가까이 방치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목사 아버지 A(47)씨는 시신을 오랫동안 방치한 이유에 대해 "기도하면 딸이 살아날 것이라 믿었다"고 진술했다.

신학대 평생교육원을 다닌 계모 B(40)씨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A씨가 독일 유학파 출신 박사인데다 신학대학 강사로 활동하는 등 이단 종교와 관련성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러한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딸이 숨진 사실을 확인한 뒤 사망 신고 여부를 두고 망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사망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중학생 딸 C(사망 당시 13세)양의 시신은 이미 백골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고, 방 한편에는 냄새를 감추기 위한 방향제와 향초, 습기 제거제 등이 놓여 있었다.

주변에는 염화칼슘으로 보이는 흰색 가루도 흩뿌려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C양의 시신이 완전히 백골화되진 않았지만 다소 밀랍화된 형태였다"며 "참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심하진 않았던 점으로 미뤄 향초로 악취를 감춘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적 이유 보다는 결국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 딸의 시신을 방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부 둘만 따로 살았고 찾는 이도 거의 없어 장기간 시신을 방치하기도 비교적 쉬웠다.

재혼한 아내와 자녀들의 갈등이 2년간 이어지자 A씨는 2012년부터 B씨와 둘이서만 살았다.

1남 2녀 중 첫째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한 뒤 따로 살았고 둘째 딸은 지인 집에 맡겼다.

B씨는 "내가 다른 데 방문할 때는 있지만 우리 집에 친인척이 온 적은 거의 없다"며 "다른 사람들은 아이 사망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C양과 함께 산 이모도 "언니 부부는 애가 가출했다고만 이야기했다"고 했다.

앞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에서도 부모는 처음에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가 나중에야 "상습적인 폭행으로 아들이 숨진 사실이 발각될까봐 시신을 훼손해 냉동보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A씨가 처음에는 딸의 사망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유기 시점을 놓친 뒤 그대로 둔 것으로 보인다"며 "기도를 하면 살아날 것이라 생각했다는 진술은 A씨의 학력 등을 고려했을 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소속의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수사에 투입했다.

(부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