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리스트 경고문 형식과 다르고 어법도 잘못
'알라' 메모는 한글프로그램에서 복사한 것으로 확신

인천국제공항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협박문이 발견된 지 나흘이 됐으나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지문을 확보하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지만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지 못했다.

아랍어로 된 협박 메모를 적은 인물의 성격을 놓고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사자의 아랍어 실력이 우수할 것이라는 추정만 할 뿐이다.

연합뉴스는 신속한 범인 검거를 돕고자 경찰이 공개한 메모의 내용을 독자적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주요 뉴스를 아랍어로 매일 작성해 중동 등에 전하는 다국어뉴스부의 박인숙 아랍어뉴스팀장이 분석을 맡았다.

박 팀장은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한-아랍어과를 졸업한 중동 전문가로 통한다.

다음은 분석 결과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 주한 미군을 표적으로 한 이슬람 급진주의자나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 경고문을 본 이후에는 그러한 염려는 사라졌다.

아랍어로 된 협박문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 '억압자들은 그 결과를 받게 될 것이다'라는 꾸란의 한 구절을 인용하거나, 적어도 서두에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알라(하나님)의 이름으로'라고 적는데 그런 문구가 없었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이다'라는 문장도 아랍인 소행과 무관함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구글번역기에 넣어 돌려보니 100% 같은 아랍어 문장이 나왔다.

'너에게 속한다'는 두 번째 문장은 문법이 틀리고 뒷부분은 지워져 있었다.

세번째 문장은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는 글귀이다.

이런 경우는 '알라가 당신들을 처벌할 것이다'라고 쓰는 게 맞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하나님이 하나님을 처벌한다)는 이 문장은 아랍인이나, 비아랍 무슬림이라면 절대로 쓸 수 없다.

국내에 거주하는 주변 아랍인들도 고개를 젓는다.

이런 표현은 존엄한 신성에 대한 도전으로 불신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단언한다.

아랍어로 알라를 카피해서 한글문서에 붙이면 모양이 약간 변한다.

메모지에 나온 알라라는 단어는 한글프로그램에서 복사하여 프린트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슬람국가(IS)처럼 특정 목표가 있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할 만한 아랍인들이나, 비아랍무슬림이 누가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중동 출신의 주한 외교관들은 한국을 좋아해서 근무기간을 연장하려 안달이다.

'일본에 가도, 한국이 좋았어'라고 연발할 정도여서 그들은 아닐 것이다.

아랍권 근로자들은 돈 벌어서 본국에 송금해서 집 짓고, 아이들 교육하느라, 이런 일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메르스 사태 때나 아랍 관련 나쁜 소식에 노심초사한다.

무엇보다, 아랍인이라면 이렇게 엉성하게 경고문을 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따라서 경찰 수사로 이번 사건의 의도가 밝혀지고, 아랍과 이슬람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한국인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편,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영문뉴스부와 함께 다국어뉴스부를 두고 한국 소식을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5개 국어로 전세계에 제공한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