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출신이 공무원 감찰 나선다
공무원을 감찰하는 감사관(국장급)에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기업 임원 출신의 민간인이 임명됐다. 주인공은 한화그룹 임원 출신인 김종영 행정자치부 신임 감사관(56·사진)이다.

행자부는 공석인 감사관에 김종영 전 한화구조조정본부 그룹감사 총괄임원(상무)을 임명했다고 1일 발표했다. 김 감사관은 개방형 직위 공모를 거쳐 임명됐다. 그는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20여년간 한화그룹에서 근무했다. 한화유통 감사팀장과 한화구조조정본부 그룹감사 총괄임원을 맡는 등 감사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새 감사관으로 임명했다는 것이 행자부의 설명이다. 김 감사관은 2013년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장(상무)을 끝으로 한화를 떠났다.

김 감사관이 임명된 건 그동안 정부 부처에선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인사라는 것이 행자부 안팎의 설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부처에서 민간인을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 제도가 도입됐지만 감사관은 내부 공무원 출신이 독식해왔다. 공무원 비리와 부패 등을 감찰하는 감사관 업무상 개방형 직위라 할지라도 민간인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을 감찰해야 할 감사관이 ‘제 식구 봐주기식 감사’를 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외부 출신이 임명되더라도 대부분 감사원 공무원 출신이 정부 부처 감사관직에 임명됐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 개방형 직위 공모를 담당한 인사처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부처를 제외한 일부 중앙행정기관에서 변호사 출신이 임명된 사례는 간혹 있었지만 민간 기업 출신이 임명된 건 정부 출범 이래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 감사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간 기업에서 감사 업무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공직사회에 헌신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부의 개방형 직위가 늘어나는 등 공직사회에도 개방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민간 기업 임원 출신도 공무원 감찰 업무를 하는 데 큰 저항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감사관의 임기는 3년이며, 추가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