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밝혀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실…법원, 패터슨에 징역 20년 선고
‘이태원 버거킹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지난해 9월 한국으로 송환된 아더 존 패터슨(38·사진)에 대해 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9개월여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 대해 “피해자 조중필 씨를 칼로 수차례 찔러 사망하게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끔찍하고 결과가 중대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면서도 “범행 당시 피고인은 만 18세 미만이었으므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 법 4조는 18세 미만의 소년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할 때 이를 징역 20년으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

18년 만에 밝혀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실…법원, 패터슨에 징역 20년 선고
앞서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동 버거킹에서 “사람을 칼로 찔러봐야 한다”는 등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 둘은 조씨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고 이후 조씨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이 조씨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리를 범인으로 보고 기소했으나 그는 1998년 증거 불충분으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가 “여러 정황 증거를 보면 가해자의 몸에 피가 많이 묻었음이 명백하다”고 본 게 패터슨의 유죄 인정에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공격했다고 판단되므로 양측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패터슨은 옷과 온몸에 피가 많이 묻은 반면에 리는 상의에만 적은 양의 피가 묻었다”며 “패터슨이 조씨를 칼로 찔렀다는 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리가 패터슨에게 범행을 부추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화장실에 같이 간 것도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걸 막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리가 이 사건의 공범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는 이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이미 한 번 받았으므로 추가로 처벌하지 않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