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주장 힘 잃어…검찰 '소극적 수사' 다시 도마 위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금품 메모와 언론 육성 인터뷰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애초 리스트 인사들은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데 앙심을 품고 허위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메모와 녹취록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이 전 총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물증으로 채택했다.

인터뷰 내용의 전체적 구성 방식과 흐름, 문답 전개 방식 등을 고려할 때 기억을 되살려 사실대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이 자수성가한 기업·정치인으로서 생전 명예를 중시했고 자살하기 전에도 친동생에게 명예를 강조한 점에 비춰 거짓으로 인터뷰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서 악의를 갖고 거짓으로 한 인터뷰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에는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고 쓰여있었다.

실명이 빠진 부산시장은 서병수 시장으로 추정됐다.

성 전 회장은 사망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서병수·유정복·이병기 등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금품 전달 시점이나 장소, 액수 등을 일부 구체화했다.

검찰 수사가 진척을 보인 인물은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였다.

확보한 물증과 성 전 회장의 진술 내용이 비교적 부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 사람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도 당시 수사를 하면서 성 전 회장 메모·녹취록의 신빙성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공소시효가 지나 소환조사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3인 중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은 서면조사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한 차례 소환조사를 끝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메모와 녹취록에 간단하게 이름만 언급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혐의를 적용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에 나온 법원 판단만 놓고 보면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의 관건은 '자금·동선·시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면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 기소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어느 요소 하나가 빠져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