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 될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 경험은 그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통일은 국내 무역에서 자유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분업의 이점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그 효과는 작지 않을 뿐 아니라 통일만 되면 거의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 독립선언 이후의 미국, 통합된 유럽이 대표적인 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국내 시장을 통합함으로써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정도로 강력한 국가가 됐다.

독일 통일 과정을 평가해보자. 성공한 통일정책 중 하나는 토지 사유화 방식이다. 독일은 토지 사유화의 원칙으로 ‘원상회복’ 방식을 채택했다. 원상회복은 소유자가 있는 국유 자산의 경우 원래의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돌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존 로크가 제안하고 머레이 로스바드라는 정치철학자가 완성한 ‘재산권 이론’과 일치한다.

로스바드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만약 어떤 재산이 주인이 없다면 ‘홈스테딩(homesteading: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은 자산이 있다면 그것은 최초의 소유자가 주인이 된다는 뜻)’ 원칙에 따라 첫 점유자가 주인이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와 정당하게 소유한 재산에 대해 절대적인 소유권을 가진다.

실패한 통일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통일 무렵의 서독은 ‘사회적 시장경제’ 국가였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혼합한 경제를 지칭한다. 당시 서독은 체제 관점에서 동독이 모방해야 할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흡수 통일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둘째 화폐개혁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의 암시장 환율은 1989년 10월에 9 대 1이었고 1990년 1월에는 7 대 1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4000마르크까지는 두 화폐의 교환비율을 1 대 1로 하고 그 이상은 2 대 1로 했다. 임금과 연금에 대해서는 1 대 1의 전환비율을, 기업부채 등은 2 대 1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현실을 무시한 교환비율과 전환비율은 각종 부작용을 만들었다. 임금이 크게 상승해 동독 기업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렸다. 연금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일부 노동자는 조기에 은퇴했다. 반강제로 은퇴한 동독 노동자 때문에 지금도 독일 실업통계는 왜곡돼 있다. 동독 기업의 자산은 실제가치보다 크게 고평가됐기 때문에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됐다.

셋째 서독 정부가 동독인들에게 대규모 정부 지원을 실시했다. 서독식 국민연금제도 도입과 그 수준을 통일 이전에 비해 15배 정도 인상했다. 동독인의 채무를 서독 마르크로 표시하면서 동독인의 모든 채무는 반값으로 낮아졌다. 노동조합, 실업보험 제도, 실업보조금 제도, 최저임금 제도 등과 같은 복지제도도 즉각적으로 도입됐다.

결론적으로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동독 지역의 경제성과가 여전히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도 서독이 통일의 목표를 탈사회주의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통일 대박이 되려면 북한의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칙들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가 중요하다. 목전에 다가온 한반도 통일은 경제체제가 크게 다른 두 집단의 통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탈사회주의화를 이루는 방식은 크게 나눠 점진적인 방식과 일시적인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자를 통해서만 통일에 대한 저항을 비교적 덜 받고 통일을 위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 점진적 통일 방안은 반(反)통일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개혁을 완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통일 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은 약이 아니라 되레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 지원의 문제점 또는 폐해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사회주의 체제의 북한이 붕괴하면 그것은 남한 주민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있을 때만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배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아무 잘못도 없는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

화폐를 통합하는 경우 교환비율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북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가격과 남한의 달러 공식 환율을 이용해 남북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율로 모든 화폐를 남한 화폐로 통합하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계약은 사유재산 제도를 보조하는 중요한 장치다. 만약 사유재산 제도는 인정하지만 계약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면 그것이 바로 간섭주의다. 재산을 사유화하지만 정부가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면 탈사회주의는 실질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그것도 단기간에는 사회주의 체제보다 나은 성과를 내겠지만 말이다. 사회주의가 거미줄같이 얽힌 규제의 복합물이라면 계약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철저하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정부는 계약의 자유를 억제함으로써 재산의 사유화가 간섭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 南北통일 ‘대박’의 조건

북한의 탈사회주의화…경제통합 효과 높여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통일비용 더 늘려…'통일 대박'은 사유재산 보장과 계약 자유가 관건
필자가 보기에 한국에서 통일 비용과 경제성과는 첫째 통일의 목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있다. 최선은 통일의 목표를 북한지역의 탈(脫)사회주의화 또는 자본주의화로 결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가 붕괴한 것은 사회주의 때문이고 바로 그 이유로 탈사회주의화 또는 자본주의화를 통일의 목표로 잡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주의 원리 또는 자유시장 원리라는 관점에서 탈사회주의화를 실행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자유시장 원리란 재산의 사유화와 계약의 자유를 의미한다. 먼저 사유화 원리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 재산의 사유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정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은 재산권 이론이다. 북한 지역에 토지를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다가 6·25전쟁 때 남하하면서 두고 온 경우 그 사람은 그 토지의 정당한 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통일 시에 제도도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재산의 사유화와 계약의 자유를 보조하는 다른 원칙들도 필요하다. 암(暗)시장 합법화는 국가의 통제와 규제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탈사회주의화 원칙과 아주 잘 일치한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모든 일을 규제하고 통제한다. 국가의 영역이 너무 크고 심대한 것이다. 재산의 사유화란 결국 그런 국가의 영역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영역을 줄일 때만이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의 영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넷째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은 지양하고 북한 단독의 탈사회주의화가 적절하다. 적어도 경제만은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왜냐하면 남한 경제는 순수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간섭주의와 사회주의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혼합돼 있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은 북한 경제에 간섭주의와 사회주의를 많은 영역에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도 분명하다.

전용덕 <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