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독일마을. 9만80㎡ 부지의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상아색 벽에 주황색 지붕을 인 독일풍 가옥 수십채가 눈에 들어왔다. 마을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보였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광객들은 가옥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파독전시관을 찾았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 35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2001년 조성됐다. 당시 김두관 남해군수(전 경남지사)가 예산 92억원을 들여 독일에 20년 이상 거주한 파독 근로자를 대상으로 가구당 100㎡씩 분양했다. 김 전 지사의 형과 형수도 파독 광부와 간호사였다.

이곳에 거주하는 파독 근로자들은 대부분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남해군과 함께 독일 맥주축제를 연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의 삶을 주제로 다룬 영화 ‘국제시장’이 인기를 끌어 작년 축제에는 9만145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갔다.

파독전시관은 평일에도 수십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기념관에는 파독 간호사들의 병원 생활을 보여주는 의료기구와 생활용품, 광부복, 헬멧 등이 전시돼 있다. 파독 간호사 출신인 권광순 씨(66)는 “3년 전 이곳으로 이사와 매주 이틀씩 기념관의 해설을 맡고 있다”며 “관광객에게 독일 생활을 설명할 때마다 과거로 돌아간 것 같고 사람들이 우리가 고생했다는 점을 알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남해=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